엔비디아도 반응한 이름, ‘깐부’

우연에 반응할 수 있는 브랜드 네임의 힘

by 금부장
출처 : 중앙일보

25년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치맥 만찬을 가졌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깐부치킨’. 젠슨 황은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출시 25주년 행사에서도 “치맥을 함께한 친구”라며 두 회장을 무대로 초대했다.

이 자리를 기획한 사람은 젠슨 황의 딸인 매디슨 황으로, 친한 친구라는 의미의 은어인 ‘깐부’를 고려해서 ‘AI 깐부 결성’이라는 콘셉트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장소부터 언론보도로 노출된 메시지까지, ‘깐부’라는 이름의 의미를 중심으로 잘 설계된 이벤트라고 볼 수 있다.

이 회동으로 인해 ‘깐부치킨’은 공짜로 전세계에 광고를 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주문이 너무 몰려 배달 불가 사태가 이어졌고, 1호점은 임시 휴업을 하기도 했다. 1일 오후 9시 기준, 쿠팡이츠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는 ‘깐부치킨’, 2위는 치킨이었다. 예상치 못한 한 번의 이벤트가 국가적, 문화적 상징까지 되어버린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1. ‘운’을 바꿀 순 없지만, ‘운’에 반응할 수 있는 이름

2006년 시작된 ‘깐부치킨’은 19년 후 이런 초특급 이벤트를 예상하고 ‘깐부’라는 이름을 지었겠나. 전혀 아닐 것이다. ‘AI 깐부 회동’은 ‘깐부치킨’ 입장에서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우연이 ‘깐부’라는 이름과 맞물렸을 때 놀라운 시너지와 스토리텔링의 힘을 만들어냈다.

‘깐부’라는 단어의 어원은 분분하지만 ‘친한 친구, 동지, 한 편이 된 사람’을 뜻하는 은어로 함께 한다라는 개념과 관계적이고 감정적인 연상을 일으킨다. 덕분에 엔비디아 CEO와 한국 기업 리더의 ‘협력 회동’이 단순한 비즈니스 만남을 넘어 ‘AI 깐부’라는 서사로 진화할 수 있었다. 만약 브랜드의 이름이 ‘코리안치킨하우스’, ‘치킨엔조이’ 였다면, “세 사람이 치킨집에서 만나 치맥을 했다”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 라고만 할 수 없다. ‘깐부’는 좋은 운이 왔을 때 반응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름이었다. 이벤트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이미지는 설계할 수 있는 이름.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이미지를 잃지 않게 설계하는 것은 이름으로부터 시작된다.

‘깐부’라는 단어는 은어이긴 하나, 그 자체로 긍정적인 정서-함께, 친근한, 유대-를 불러일으킨다. 놀이 문화 속 사용 역사 때문에 ‘계산 없는 순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누가, 어디서, 어떤 맥락으로 불러도 그 이름은 결국 ‘연대와 관계의 브랜드’로 읽힌다.


2. 이름의 진짜 힘, 맥락 적응력

‘깐부치킨’은 브랜드 캠페인도, 대규모 마케팅도 없이 전세계 뉴스에 올랐다. ‘깐부’라는 이름이 가진 맥락 적응력의 결과다.

‘깐부’는 특정 제품이나 기능에 갇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석될 수 있는 언어적 여백을 가지고 있는 단어다. 그래서 치킨 브랜드였지만 글로벌 기업 총수들의 회동이라는 맥락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기억에 남을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맥락 적응력이 높은 이름은 설명 대신 해석의 공간이 충분하다. 그 공간에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투사하고, 각자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어떤 이름이 맥락 적응력이 높은 것일까?

한정적이지 않은 이름 : 기업 · 제품 · 기능을 직접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Cleanbot’은 로봇청소기에 한정될 수 있지만 ‘Dyson’은 기술, 정밀, 혁신 개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언어적 여백이 있는 이름 : 열린 결말처럼 다양한 해석을 허락한다.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줄임말의 여백 덕분에 다양한 의미를 더하고 재해석할 수 있다.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이름 : 의미보다 느낌으로 다가간다. ‘아난티’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국적인 느낌으로 신선하게 와닿는다.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해도, 브랜드의 활동이 쌓이기 전에도, 듣거나 보기만 해도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 이름이 있다. 그런 이름들은 세상의 변화나 새로운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적응력이 높은 이름이다. 세상의 맥락에 맞춰 적응한 브랜드의 다음은 더 넓은 확장일 것이다.


3. 브랜드 네임, 브랜드와 세상이 관계 맺는 첫 문장

‘깐부치킨’의 에피소드를 보며, 브랜드 네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적 맥락에 따라, 사람들의 경험에 따라 매번 새롭게 읽힐 수 있겠다. ‘깐부’라는 이름은 기능이나 업종의 설명을 넘어(‘치킨’이라는 descriptor는 제외하였을 때) ‘우리는 어떤 관계로 세상에 존재하겠다’라는 태도를 보여준다. 브랜드 네임으로 보여지는 이 시작점은 브랜드 스토리의 원천이 되고, 세계관의 기반이 될 것이다.

브랜드 네임은 그저 식별자가 아니라, 세상이 브랜드와 관계 맺는 첫 문장이다. 예쁘고 멋진 단어의 결합이 아니라 브랜드가 세상과 어떤 관계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확실히 답할 수 있는 이름이라면, 언젠가 찾아오는 우연의 순간에 그 브랜드만의 운이 트일 것이다. ‘깐부치킨’이 대박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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