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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박도 Sep 19. 2019

뉴요커에게 배운 31가지 라이프스타일


뉴욕은 살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조사한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도 서울과 비슷하게 하위권이며, 미국 내에서도 은퇴 후 살기 좋은 주 중 최하위권을 기록할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럼에도 뉴욕은 한 번쯤 살아볼만한 곳이며, 기회만 있다면 살고 싶은 곳이 분명하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이민자들이 앞다투어 뉴욕행을 선택하는 이유다. 높은 세금과 감당하기 힘든 생활비, 집세를 감당하고서라도 살아볼 가치가 있고 배울 것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단점이 많다고 해도 뉴욕은 최초의 계획된 현대적 대도시로서 100년 이상 세계의 금융, 경제, 문화예술의 수도 노릇을 굳건히 하고 있다. 그걸로 뉴욕에 오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퇴사 후 뉴욕 맨해튼으로 이사온지도 반 년 가까이 되어간다. 여전히 뉴요커보다는 이방인에 가깝지만 맨해튼에서 구글맵없이도 돌아다니고 좋아하는 가게 하나 둘 생겨나는 거보니 이 복잡한 뉴욕에도 제법 익숙해지고 있긴 한가보다. 내가 본 뉴욕을 31가지로 정리해보았다. 마음에 새겨두어 나쁠 것 없는 문화 정도라고 해두자.



뉴욕에서 배운 31가지 라이프스타일


01 급할 것 없다. 여유를 갖도록

뉴요커는 걸음이 빠르다. 빠르게 걷기 때문에 뉴욕을 관광하다가 느리게 걷거나 사진을 찍으며 뉴요커의 길을 막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읽은 적이 있다. 살아보니 어느 정도는 맞다. 다들 다리도 길고 천천히 걸어도 걸음이 빠르긴 하다. 하지만 빠르지만 성급하지는 않다(?) 빨리 걷되, 느린 여유를 지니고 산다. 항상 가게 문을 뒷사람이 들어갈때까지 잡아주거나, 문을 열어주며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준다.


길어야 30초인데, 항상 황급히 문을 닫고 빨리 나가거나 들어가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았던 내가 떠올랐다. 서두르다보면 타인을 배려할 수 없다. 마음의 공간이 없으니 뾰족해지기만 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걸로도 조금은 진정이 되는 것 같다. 이곳에 살다보니 남을 향한 기다림에서 비롯되는 너그러움이 삶에 스며든다. 일시적인 기분탓일지라도 아무렴 어떠하리. 



02 매일 공원에서 산책하기


강아지를 키우는 뉴요커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산책을 빼먹지 않는다. 그 덕에 강아지 공원에 가면 매일 같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친구가 되기에도 쉽다. 도그워커, 즉 대신 강아지를 산책시켜주는 일도 흔하다. 부자동네 일수록 가족으로 보이지 않는 강아지 네 다섯 마리를 능숙하게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강아지에 대해서 물어보면 "It's not my dog. I'm just a dogwalker"라고 한다. 


하지만 강아지가 없더라도 (물론 뉴욕에는 강아지가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지만) 다들 공원에서 산책을 한다. 회사나 집 근처에 센트럴파크, 브라이언트파크, 워싱턴스퀘어 파크 등 굵직한 공원이 많아 점심을 나가서 먹으면서라도 꼭 한 번은 공원에 들린다.


돗자리 깔고 누워있거나, 운동복을 입고 동네에서 노을이 잘보이는 곳으로 모여들기도 한다. 공원에서 요가를 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에선 출퇴근 길이 유일하게 오랫동안 걷는 시간이고 집에 가면 절대 밖에 나가고 싶은데에 반해 여기선 별일 없어도 갈곳이 없어도 공원을 한바퀴 돌고 싶어진다. 매일보는 나무도 잔디도 하늘도 다 너무 좋으니까. 산책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으니까. 참고로 살은 안빠지더라.


03 동물이 살기 좋은 곳이 사람에게도 좋다

서울보다 좁은데다가 몇 배는 더 번잡스런 뉴욕이지만 희한하게 동물과 자연을 위한 땅은 그 어느 곳보다 넉넉하다. 강아지들은 맨해튼의 투룸짜리 스튜디오나 아파트에 주로 살지만 마치 마당있는 시골집에 사는 것처럼 넓은 땅에서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 서울시에 몇 개 없는 강아지 공원이 뉴욕에는 수십개가 있다. 우리 동네만 해도 20분 거리 내에 200m가 훌쩍 넘는 커다란 강아지 공원이 3개나 있다.


강아지 수도 서울보다 훨씬 많은데 짖는 녀석, 사나운 녀석, 무는 녀석은 좀처럼 보지 못했다. 사람들로 발디딜틈 없는 거리에도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걸 흔히 볼 수 있지만 사람도 강아지도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스트레스 없이 마음껏 뛰어노는 강아지들이 오래 살고 행복하려나? 비단 인간도 그러하듯, 동물에게 좋은 곳이 사람에게도 좋을 거라는 믿음이다. 


04 물 많이 마시기

뉴욕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1리터짜리 물통에 물을 담아갖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삼다수 1리터 사이즈라고 상상하면 된다. 손에 물통만 달랑달랑 들고 다니며 걷는 사람들도 많다. 백팩에는 물통 자리가 있고, 예외없이 물통이 장착돼있다. 텀블러나 마트에서 산 음료를 들고다니는 경우도 많다. 돈을 주고 사지 않더라도 뉴욕의 수돗물을 따라서 마시기도 한다. 공공장소에서 물을 배치하는 곳이 많아서 인 것 같다.


05 운동은 가는 것이 아니다. 일상이다

연령과 상관없이 운동을 생활화한다. 무조건 그냥 막 달린다. 길을 걷다보면 러닝이나 조깅하는 사람을 5분에 한번 꼴로 만날 수 있다. 비만도 많다지만 뉴욕에는 근육이 탄탄하도록 몸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도 그럴게 다들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걷고, 달리는 게 보편적인 문화다. 그리고 뉴욕의 스튜디오나 아파트에는 기본적으로 피트니스가 제공되는 곳이 많다. 피트니스 비용도 저렴하고, 요가나 클래스도 한달에 100달러 정도면 무제한으로 다닐 수 있다보니 요가매트를 크로스백처럼 메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뉴요커가 운동하는 모습은 언제나 놀랍고 언제나 보기 좋다.



06 편하게 입어도 잘 맞게 입기

아주 많이 꾸미지 않아도 뉴요커들의 패션감각은 뛰어나긴 하다. 이건 작은 얼굴과 몸매가 다 하는 거겠지만, 내가 관찰해보니 일단 루즈한 핏을 잘 안입더라. 다들 몸에 편하게 맞는 옷을 입는다. 살이 있든 없든 본인 몸에 어울리는 걸 잘 아는 듯 했다. 화장을 진하게 한 사람들은 거의 없고 화장 대신 악세사리를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거리를 활보하기 때문에 비슷하다거나 똑같은 사람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유행이라는 게 있는가 싶을 정도다.


중요한 건 운동에 따른 탄탄한 몸이긴 하다. 티에 청바지, 에코백을 메는 걸로도 충분히 예쁘고  반팔 크롭티에 레깅스를 신고 다니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그것도 예쁘다. 아 결론적으로 다들 팔뚝이나 다리가 튼튼하고 힙업이 돼있어서다. 이건, 결국 운동의 영역이다.


07 엄마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매일 말하기

여기 사람들은 쏘리와 땡큐라고 말하기를 꺼리질 않는다. 아니 아예 입에 달고 산다. 미안해, 고마워 이 말은 정말 생일날 아니면 한국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었는데. 더욱이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을 때면 어딘지 자존심이 상하는 한국어가 아니던가. 고맙다는 말은 오글거리고 민망하다는 이유로 입에 올리지 않는다. "사랑해~" 이 말은 생일날에도 부모님 앞에서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다지.


하지만 뉴욕에서는 전화를 끊을 때마다, "Love ya" 라고 말하더라. 남자든 여자든 다들 그렇게 통화를 하다보니 어딘지 괜찮아 보여서 엄마에게 따라해보았다.


"그래 엄마도 잘지내고 있어! 사랑해~"


" .... (3초 정적) 응 나도 사랑해 큰딸~"


아빠에게는 차마 하지 못했지만 용기내어 매일 매일 말해줘야지.


아무튼 언어로 모든 감정과 기분을 잘 표현한다. 그런 모습이 쿨해보인다. 사실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순간적으로 그렇게 느꼈으면 말하면 그만이다. 우리가 내뱉는 말에 너무나 많은 의미와 생각을 부여하고 사는 건 아닐까?


08 친절하고 유쾌한 태도 지니기

외국인들은 참 친절하다. Be nice, 라는 말을 자식에게도 가르치고 피해 주지 않으려는 생활방식이 몸에 베어 있다. 그러면서도 잘 웃고, 유쾌하다. 유머의 민족(?) 이라는 말처럼 농담을 참 좋아한다. 돈 드는 것도 아니라 수줍어하고 불친절한 것보다 배울만 하다. 우리도 배달의 민족 말고 우리나라 사람만의 고유한 성격이 깃든 별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09 틀리더라도 크게 말하기  

영어 회화에 울렁증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오래 생각하고 작게 말하고 자신감이 없이 대화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오히려 별로더라. 그냥 큰 소리로 말하기. 틀리더라도 당당하기. 못 알아들었을 땐 다시 말해달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천천히 말해주기도 하고 내 말을  알아들으려고 친절을 배풀어 준다. 자신감 있는 태도를 겸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움츠러들고 고개를 숙이며 살아온 탓은 아닐지 잠시 슬퍼하고.


10 나를 제대로 표현하기

겸손보다는 당당함.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은 건지 늘 자신에 차있다. 아이들도 어른도 뭔가 주체적이라고 해야할까. 길에서 만난 8살 흑인 소녀는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자기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BTS와 블랙핑크에 대해 어쩌구 저쩌구 서슴없이 이야기했다. 자기의 삶을 개척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걸 잘 안다. 주저하지 않고 하는 느낌. "What do you do?" 직업에 대해 물어보는 게 보편적인 문화인만큼, 업무에 대해 전문적인 이야기도 막힘없이 설명한다. '나는 이렇고, 이걸 좋아하고, 이걸 하고 싶고, 이렇게 살고 싶어요'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를.


11 힙업하기

건강한 몸매를 만들자고 생각하면서 운동을 하지 않는 내게 매일 되뇌이는 말은 우습게도 엉덩이의 높이는 통제할 수 있다라는 거다. 왜 여기 사람들은 다 엉덩이가 동그랗지? 그래서 자꾸 내 엉덩이를 만져보게 된다. 왜 이렇게 펑퍼짐하냔 말이다. 허벅지 근육이 장수의 비결이기도 하니 지금부터라도 힙업. 단순하지만 명료한 라이프스타일.


12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우리나라 사람이 시선을 너무 의식한다고들 한다. 확실히 뉴욕에 오니 다들 자기 자신 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벗고다니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는다.


잔디밭에도 그냥 막 앉아서 음식을 먹고, 페스티벌이라도 거리에서 열리면 브래지어를 벗고 가슴을 내놓은 채로 활보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지고보면 유난떨 일도 아닌데 개인의 자유에 대해 한국에선 수근거리고 쳐다보기 바쁘다. 많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이곳의 문화가 좋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한 남들이 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이 불편하고 싫어진다. 그런 사람들은 되도록 멀리하기로 다짐한다.



13 아침 챙겨먹기

뉴요커나 뉴저지에 사는 친척을 보면 놀랄정도로 여유롭게 요거트나 시리얼 등 간단하게라도 아침은 꼭 챙겨먹는다. 아침의 작은 여유를 만끽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학교에 가기 전에 무척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맞이한다. 천천히 원하는 방식의 아침을 먹고 뉴스도 보고 아이와 산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천천히 음미하는 아침은 하루의 좋은 시작을 선사한다.



14 조금씩 장보는 재미 느끼기

뉴욕의 비싼 물가의 중심은 의식주 중에 식주에 몰려있다. 집값은 줄이는 법이 거의 없다지만 외식비용은 줄일 수 있다. 음식 값이 비싸서 요리를 많이 한다. 간단하게라도 집에서 먹는 음식이 훨씬 저렴하다. 그래서인지 비싼 맨해튼 땅에는 대형 마트들이 수십 개 있다. 식재료도 신선하다. 마트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서 매일 장보는 습관이 들었다. 홀푸드, 트레이더조, H마트 등 마트마다 특징도 다르다. 외식이 일상이었던 서울에서보다 설거지는 늘어났지만 절약과 건강을 챙길 수 있어 좋은 습관인 것 같다.

한식이 땡기는 요즘.


15 실전 실용주의자 되기

뉴욕의 여름은 덥다. 한국도 물론 덥다. 하지만 뉴욕의 여름 유니폼은 반바지다. 우체부, 경비원 등 모두 반바지를 입는다. 여자들도 남자와 똑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치마는 없다. 편리하고 편한 것들이 주가 된다. 사람이 우선이고, 사람에게 좋은 것은 바로 실행하는 문화는 정부에서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16 대화 많이 하기

뉴욕사람들은 대화를 좋아해서 항상 이야기를 하고 사는 느낌이다. 중요한 대화는 별로 안할지라도 사소해도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고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고 일상을 공유한다. 모르는 사람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또 전화도 많이 하는데 특히 영상통화를 진짜 많이 하더라. 친구 사이에도 그렇고. 가족끼리도 그렇고. 별 것 아닌 가벼운 대화들도 침묵보다 의미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적어도 한 번은 웃을 수 있으니 말이다.

 


17 부지런해지기

워낙에 카우치 포테이토라던가 게으른 미국인들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막상 뉴요커들은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새벽 조깅, 아침 요가,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지런해지자는 말이 너무 게으른 나에게만 해당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빨래방도 가야하고, 강아지 산책도, 장도 봐야하니 바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더라. 물론 실천은 더 어렵다. 



18 책을 항상 소지하기

뉴욕은 지하철에서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이나 주간지를 읽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디서나 스마트폰이 되는 우리와 달라서 처음엔 불편했으나 나중에는 폰이 안되는 것에 불만없이 적응하게 되더라. 미리 다운받아 놓은 음악을 들으면서 전자책을 읽는 시간에 익숙해졌다. 쓸데없이 인터넷을 하느라 지식을 쌓는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19 우울할 땐 아이스크림

뉴욕은 카페보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많은 것 같다. 길거리에 아이스크림 트럭도 5블럭 마다 세워져 있고 심지어 그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전부 잘된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7달러가 넘지만 다들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한 번은 아이스크림 트럭이 보이는 자리에 우연히 앉아있다가 얼마나 팔리나 세어본 적이 있는데 10분에 1개씩 10달러씩 팔리더라. 싸지도 않은 가격이지만 다들 아이스크림이 주는 행복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투게더나 하겐다즈, 베스킨라빈스 정도의 브랜드가 우리의 선택지라면 여기는 너무나 많은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세상이다. 아이스크림 만세. 



20 편한 레깅스 입기

한국에 몸빼바지가 있다면 여기는 레깅스다. 운동할 때든 걸어다닐때든 가장 편한 옷이 레깅스. 민망할 때가 있지만 알다시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알록달록 다양한 컬러의 레깅스를 여러장 소지하는 것 같다. 배꼽이 보이는 브라탑을 입고 운동하는 여자들도 많아서 뚱뚱하지만 나도 하나 장만했다. 편하면서도 내 몸의 변화를 볼 수 있다고 해야하나. 뚱뚱해도 다들 입다보니 거리낌없이 입을 수 있다. 


매일 보는 것에 무뎌지고 그러다보면 나도 동화된다. 그래서 자꾸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가까이하라는 말이 있나보다. 내가 좋은 것이 나도 좋다.


21 좋은 운동화 신고 걸어다니기

교통비가 비싼 뉴욕은 30분 거리는 걸어서 다니는 사람들로 수두룩하다. 지하철이 아닌 자동차나 버스는 차라리 걷는 게 빠를 정도로 심한 교통체증을 견뎌야하는 탓도 있다. 그래서 다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서울에서는 구두 신고 출근해서 회사에서 슬리퍼로 갈아신는다면, 뉴욕에서는 운동화신고 출근해서 회사에서 구두로 갈아신는다는 말도 있다. 많이 걸어야 하니까. 아울렛에서 39달러면 나이키 운동화도 구매할 수 있어 노숙자 신발도 나이키라는 우스갯 소리가.



22 가족과 시간 보내기

저녁 때 약속이 있다거나 약속을 잡는 게 우리의 일상이라면, 이곳은 가족들과 저녁시간을 보내는 게 평범하다. 워낙에 칼퇴문화인 탓도 있지만 아빠가 아이를 데리러 가고 아이와 산책을 하는 비율이 오히려 더 높은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는 히스패닉이 많은데, 여기는 대가족들이 함께 사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23 쓰레기는 바로 버리기

뉴욕에 와서 좋은 점은 재활용이나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쓰레기도 쓰레기봉투가 따로 없다는 거다. 쓰레기를 버리면 분리수거를 따로 하는 곳이 있어서라고 한다. 그래서 슈퍼에서 재료를 사온 봉투에 그날 그날 쓰레기를 담아 바로 버린다.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쓰레기문화라고 생각되는데 물론 문제도 있긴 하다. 음식물쓰레기도 한꺼번에 버리다보니 쥐가 생기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어차피 태울 쓰레기인데 쓰레기봉투값으로 한 달에 몇 천원에서 몇 만원까지 소비하는 우리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점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절충이 필요하다.



24 무료 프로그램 100% 활용하기

뉴욕은 도서관이 정말 많다. 동네마다 하나씩 도서관이 있는데, 학생이나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자주 찾는다. 어른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이나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모임들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민자나 유학생이라면 한번쯤 들어볼 정도로 인기가 많고 유료 어학원에 비해서도 수준급 퀄리티를 보장하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충분히 뉴욕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25 뉴욕시민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이용하기

그 도시의 시민이라는 건 그 도시에서 유명한 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뉴요커 ID카드는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시민권이나 영주권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유학생이나 이민자들도 이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가령 뉴욕의 내로라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모마 등 20달러 이상의 입장료를 무료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뉴요커로서 누릴 수 있는 걸 미리 잘 알아보면 좋다



26 솔직하자

뉴욕에는 솔직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영어의 특성상 i don't like 라거나 Sorry 하면서 거절하기 쉽긴 하다. 그래도 사람들이 워낙에 감정 표현 등에 직설적이기 때문에 되려 상처받거나 쌓아두는 일이 더 적은 느낌? 추측하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바로바로 그 사람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다보니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직설적인 조언도, 다소 무거운 이야기도 영어로 이야기하면 괜찮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이건 영어가 내게 주는 느낌에 더 가깝지만, 애둘러 말하기에는 영어를 못해서일수도 있지만 뉴욕에서 만난 솔직한 사람들에게서 나는 좀 더 고차원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친하지는 않더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인간적인 존중을 표현하는 그런 어떤 관계?  


27 넉넉히 베풀기

여기 사람들은 손이 크다. 10달러 음식값이 좀 비싼가 싶다가도 나오는 음식의 퀄리티를 보면 돈이 아깝지 않다. 뭘 시켜도 음식이 2인분이 나온다. 연어샌드위치에는 연어가 한마리는 들어가는 것 같고, 스테이크 하나를 시키면 2명이서 먹어도 배부르다. 피자도 큼직하고 햄버거는 입에 다 안 들어갈 정도로 나온다. 인생 뭐 있냐, 먹어라 싶을 정도로 잘 먹는 도시다. 손이 크다보니 인심도 좋게 느껴진다. 어쨌든 잘, 많이 먹고 잘 사는 게 중요한 건 맞다.



28 멋지게 나이들기

뉴욕 맨하탄에서는 잘 차려입은 중년, 노부부를 쉽게 볼 수 있다. 유행에 따르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고유한 멋으로 한껏 꾸민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파스텔톤의 구두와 치마 컬러를 맞춰서 입는 노년이라면 청춘이 아닐까?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29 건강하게 잘 살기

중요한 건 나 자신 Myself이며 나의 건강이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사랑하고 나의 가치를 즐겁게 올리는 일은 물론, 몸을 가꾸고 정신을 정비하는 뉴요커들이 많다. 땀흘리며 뛰며 건강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샐러드나 낮은 칼로리를 파는 가게들도 상당히 많고 건강한 과일쥬스, 비타민이나 영양제 전문 가게도 되게 많다. 그래서인지 술도 맥주 외에는 적당히 마시는 문화가 있다. 건강. 건강, 늘 명심할 것

 

30 돈에 대해 계산 또 계산하기

 (세금과 팁 아끼기)

뉴욕에서는 뭐만 샀다하면 세금을 내고 팁을 내니까 사실상 내 예상보다 5달러는 더 비싸게 내는 것 같다. 그래서 세금에 대해 항상 인지하는 동시에 민감한 뉴요커가 많다. 뉴욕에서 옷을 사면 5~10%가량 세금을 내야하지만, 뉴욕 바로 옆 뉴저지에서는 옷이나 신발에 텍스가 붙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뉴요커들이 쇼핑을 하기 위해서 뉴저지를 찾는다는 후문이다. 30만원 짜리를 사면 3만원 이내로 텍스를 더 내야하는 뉴욕 쇼핑보다는 뉴저지에서 세금을 아끼는 것만해도 굉장한 절약이다. 이 외에도 세금을 덜 내는 법을 점차 숙지해나가게 된다.


팁 또한 마찬가지. 여기는 뭐만 하면 공짜가 없다. 서비스 피, 팁을 막기 위해 테이크아웃 매장이나 'To go'가 발달한 것 같다. 팁은 딱 15%만, 계산기로 정확하게 주는 것. 돈에 대해 계산적이 되는 것도 뉴욕에서 살아남는 법 중 하나.


31 용기내어 누구와도 친구가 되어보기

나이가 서른 넘으니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귀찮기도 하고, 신뢰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우니까. 하지만 먼저 다가가서 말걸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친구가 된다. 좋은 사람들이 꽤 많고, 의외로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중국인 아줌마 뉴요커는 뉴욕에서 지하철에서 대화하게 된 사람과 벌써 30년 넘게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선 피해야 마땅한 노숙자라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노숙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흔하며, 노숙자가 말을 걸어도 씹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생활하는 노숙자가 많은데, 지나가던 여성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저 근심을 표하는 것이었다. 추운데 어떡하냐고, 몸 잘 챙기라고. 하나 마나한 말일 수도, 도움도 안되는 말일지도 모른다. '놀리냐?' 아니꼽게 듣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평범한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일시적일지라도 자신을 걱정해주었다는 게 그에겐 고마운 일일 수 있다.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가능성이 열려있는 뉴욕의 오픈마인드가 참 좋다.



이상 뉴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봤다. 새로운 곳에서 살게되면서 모든 게 새롭고 더 크고 강하게 받아들여져서 개인적인 의견이 담겨있기도 하다. 그저 쭉 넘겨서 좋은 것은 취하고 아닌 것은 넘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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