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오바니 Aug 04. 2021

지식인을 넘어 사람이 되자

내 인생의 골든룰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모르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내가 잘못하고 있었던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그리고 진정한 배움은 바로 그 깨달음에서 나온다.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었어도 여전히 완벽할 수 없음을, 완벽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잘못된 편견과 아집을 깨부수며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이전보다 곱절은 힘든 과정임을 체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계속해서 배움을 놓지 않는 사람은 자만하기 어렵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지식인지 그다지 깊지 않은 경험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잘 익은 벼처럼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석사 과정을 시작한 지도 벌써 9개월이 넘어간다. 5번째로 배우고 있는 현재 과목도 중반을 넘어섰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자문하던 시간을 지나 어느덧 여유롭게 학업을 진행하는 내가 너무나도 능숙하다. 하지만 그 능숙함과 여유보다 이 지리한 과정을 겪어 가며 얻은 소중한 깨달음은 비로소 내가 진짜 배움을 시작했다는 자각이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방법과 맞다고 생각했던 방향이 그게 아닐 수도 있음을. 그리고 잘못됨을 깨닫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받았을 때 이제는 더 이상 화가 나거나 나의 부족함에 자존감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그 대신 내가 조금씩 한 단계 한 단계 더 나아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어제는 현재 과목을 맡고 있는 조교수가 실시간 웨비나를 통해 엄청나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사실 하소연이라기보다는 화가 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며칠 전 본 테스트에서 시험 문제가 중복되고 또 시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들이 출제되어 혼란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 중 누군가 조교수인 그녀에게 불평을 하겠다며 감정적인 이메일을 보낸 것이 발단이었다. 어투로 짐작컨데 그녀는 정말 화가 나 있었다.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으나 학위과정의 전반적인 질을 폄훼하고 조교수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어투가 그녀를 화나게 한 것이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우리들은 웨비나가 시작되자마자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그녀의 분노와 실망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누가 그랬냐며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론 우리는 꽤 비싼 학비를 내고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그만큼 높은 기대치를 갖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가 지적한대로 교육은 돈과 1대 1로 교환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리고 내가 이 학위를 통해 기대하는 것이 지식만이었다면 굳이 학위를 받고자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와 지식은 전부 습득할 수 있었을 테니...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의식의 부재와 덜 여문 인성이 만나면 이런 일이 생긴다.

 그리고 록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에서만 얼굴을 마주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부족한 인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기회로 악용되어선 안된다. 결국 우린 모두 화면 저 너머에 살고 있는 실제 사람들이지 않은가... 익명의 그 메일 발송자에 대해 화가 남과 동시에 내가 수업을 통해 게시판과 이메일 그리고 친구들과의 채팅에 쏟아붓는 모든 말과 글에 대한 책임감 한층 더 무거워짐을 느꼈다.

 


 

요 며칠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엄청난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선수에게 쏟아지는 무차별 인신공격을 본다. 키보드 자판 뒤에 숨어 거리낌 없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그들을 보며  배운다고 다 똑같이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또 한 번 깨닫는다.

 대학 진학률이 의 70%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에서 이제 지식의 유무는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지 못한다. 스스로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그래서 사람 구실을 하는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면 자신이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을 대하자. 제발!



* 사진출처@네이버 포토뉴스

작가의 이전글 후회하면 이미 늦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