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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Aug 13. 2021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

난 예수님과 같은 유형!

 요즘엔 소개팅을 하면 MBTI 먼저 물어보며 성격을 파악한다고 한다. 만큼 널리 알려진 성격 변별 검사.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모든 시청자가 당연히 알 것이라는 전제하에 성격 유형을 나타내는 알파벳들을 자막에 버젓이 게재하기도 한다. 결국  호기심에 꽤 지루했던 질문들에 성의 있게 대답을 해봤다. INFJ, 눈앞에 뜻 모를 네 개의 알파벳이 나타. INFJ는 전 세계 1.5%밖에 없다는 가장 희소한 성격 유형. 역사상 가장 악하고 선한 두 인물, 아돌프 히틀러와 예수님이 이 유형에 속했을 거라고 추측된다고 할 정도무리 봐도 평범해 보이진 않는다. 긴가민가하며 미심쩍은 마음으로 설명을 읽어보는데 어랏... '이거 완전 내 얘기인데?'


 기본적으로 전 세계 사람을 단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혈액형별 특성 같은 것엔 코웃음을 치는 사람이다. MBTI도 그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낳은 자식도 속을 모르겠는데 많은 독립된 인격체 16개로 구분된 특정 성격 유형에 일 수 있다는 론 자체 그다지 미덥지가 않다.


 '그런데 뭐지? 자꾸만 빠져드는 이 기분은.' 


 누군가 내 속을 까뒤집어 분석해 낸 것 같은 설명을 보며 나도 그냥 16가지 성격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보통의 성향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내면이 우울하고 외골수로 빠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 앞에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1.5%나 있다는 사실에 위로마저 받는 기분이다. 나 혼자 특이해서 이렇게 복잡한 머리로 사는 것이 아님을 확인받고, 희소하다 해도 일반적인 성격 유형 어딘가에 속할 수 있는 평범함이 내게도 있다는 실이 내 마음속 근심들을 조금은 가볍게 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생전 안 다니던 점집에 다닌다고 해서 놀란적이 있다. 그 친구도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호기심에 누군가를 따라갔다던 그곳에서 너무나도 고민되던 문제가 단박에 해결됐다라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친구는 점집에 듣고 싶은 얘기를 들것뿐이었다. 속으로 생각하던 것을 제삼자의 입을 통해 듣게 되면 왠지 더 신빙성이 커지고 내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MBTI 덕에 나만의 문제인 것 같은 일들이 객관화된 지표와 수치로 나타나개인의 바운더리를 넘어서며 조금은 가벼워진 처럼 말이다.


 INFJ에 대한 해석을 좀 더 들여다봤다. 16개 성격 중 가장 알 수 없는 성격에 이상주의자이며 완벽주의자, 게다가 평등을 중시하는 진보주의자이다. 그리고 감정적이면서 동시에 이성적으로 논리를 중시한다는 INFJ 들은 워커홀릭일 가능성이 많고 동시에 높은 창의력과 독창성을 가진다. 그래서 음악이나 문학분야에 걸맞으며 작가나 예술가 중에 이 유형이 많다. 진실을 중요시하며 약자의 편에 서고 본인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하다. 갈등이 많고 복잡하며 편한 인간관계에 쉽게 지친다. 이 중 유독 눈에 띄는 문구도 있다. 건강하지 못한 INFJ 들은 주목받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발표 공포증이 있다는 것.


 이를 통해 내 인생에서 벌어졌던 흩어진 퍼즐들이 하나씩 끼워 맞춰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는지, 무엇이 날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왜 남들에겐 쉬운 일이 내게는 그렇게 힘들었는지 용하다는 점집에 가서 답을 얻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 걸까.


웃자고 해본 테스트에 죽자고 심각해지는 날 보며 영락없는 INFJ 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하지만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깊이의 고민과 갈등, 고집을 안고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에 힘들어하는 수많은 INFJ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 자체로 오늘을 살아갈 용기 생긴다.


이 세상 모든 INFJ 들에게 애정 어린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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