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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Aug 19. 2021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혼돈으로 가득 찬 현재

 오랜만에 맛보는 한가로움이다. 다섯 번째 과목 수업도 끝이 났고 2주짜리 알바도 무사히 마쳤다. 이제 다음 수업 시작 전까지 2주간 막간의 방학을 즐기면 된다! 홀가분한 마음에 도서관에 달려가 평소엔 시간에 쫓겨 잘 읽지 못하는 소설들을 잔뜩 빌려왔다. 수업이 진행 중일 땐 책도 전공 관련 마케팅, 광고 등 비즈니스 서적들만 읽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어딘가 모르게 해이해지는 것 만 같아 마음이 불안하다.


 보고 싶던 책 들을 잔뜩 싸 짊어지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늘진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릴랙스 체어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자니 없던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다. 어제는 꼼군과 백만 년 만에 극장에도 다녀왔다. 조인성 배우가 나온 신작 영화를 보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영화의 서스펜스에 시간 가는 줄 랐다. 이렇게 여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이 현실이라는 것에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티브이를 트니 꼭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 마냥 비현실적인 일들이 무한정 터져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천 단위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의료인력 대부분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었 40-50대 젊은 환자들의 사망 소식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해외도 편치 않은 건 마찬가지다. 아프가니스탄은 장 이슬람 정치단체인 탈레반에 점령을 당하자 시민들이 도피를 위해 움직이는 비행기에 목숨을 걸고 매달다 무려 7명이 죽었다. 얼마 전 대통령이 암살된 아이티에는 진도 7이 넘는 지진이 나서 몇 천명이 죽어나가고 있고 아프리카에는 다시 에볼라가 출현했다. 유럽은 얼마 전엔 홍수에 치이고 지금은 40도가 넘는 더위와 산불과 사투 중이다.


 나의 편안한 현재와 티브이 속 고통스러운 현실의 괴리에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겁에 질려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지구 상 작디작은 땅덩이, 그나마도 반쪽, 그중에서 하나의 도 또 그중 하나의 시, 읍, 리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와 외부 세계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재해와 사건 사고들이 바로 직결될리는 없다. 그러나 나의 세계와 동떨어진 외부만의 고통이라 치부하기엔 그 강도와 빈도가 너무 크고 잦다.


 서방세계와 동방의 문화적 특성을 비교할 때 흔히 아시아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경향을 가진다고 본다. 하지만 스크린 너머로 접한 전 세계적 재난 앞에 과연 우리에게 현재를 희생하면서까지 기대해야 할 미래가 올 수 있을지 이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내게 주어진 평화로운 오늘을 감사히 잘 살아내는 것. 그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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