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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Sep 20. 2021

희망, 열정, 실패, 좌절 그리고 기회

 이제 일주일 뒤면 다시 출근이 시작된다. 이 나이에 또다시 이직을 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지금보다 더 좋은 처우를 받고 이직을 한다니... 코로나 시국에 이게 웬일인가 싶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난 8개월간 무수히 써 온 이력서와 몇 번인지 세기 힘든 면접 경험이 이 행운을 만든 재료가  것이 자명하니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같은 행운이 아님은 분명하다.


 매일 채용사이트만 들여다보며 산 건 아니지만 흥미가 당기는 업무가 있을 때면 주저 없이 지원을 했다. 나의 경쟁력이 아직은 쓸만한지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그리고 늘 해보고 싶던 업무에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하랴 싶어 무작정 이력서를 넣어보곤 했다. 그러나 해당 업무 경력 없이 경력직이 될 수는 없는 법. 이 나이에 신입 입사자들을 뽑는 자리에 숟가락을 얹을 수도 없으니 나의 무모함은 누울 자리도 보지 않고 자꾸만 다리를 뻗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유가 어찌 됐든 실패가 계속된다는 건 자존감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와 맞는 자리를 아직 못 찾은 것이라 자조하려 해도 거듭되는 거절에 나가떨어지지 않을 멘털은 드물다.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들이 어떤 감정의 기복을 겪으며 취업전쟁을 치르는지 직접 느끼고 나니 그들을 보는 시선도 자연스레 달라졌다. 인내심이 부족하고 선배들을 존중할 줄 모르며 애사심이 부족하다며 은근히 MZ 세대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하지만 얼마나 힘들면 그렇게 엄청난 경쟁을 뚫고 입사한 회사를 미련 없이 그만둘 생각을 할까. 또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좋지 못한 스펙으로 먼저 회사에 입사한 선배들이 꼰대 짓을 하면 얼마나 같잖았을까. 그냥 바로 이해가 되어 버렸다.


 한편으 복되는 실패에서 내가 배울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다음번엔 더 나아져야지. 다음번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라며 그 애씀이 헛된 시간으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리고 작더라도 깨우을 준 실패들은 꼭 무슨 훈장처럼 내게 무용담을 남겼다.

 공기업과 NGO, 외국의 대기업, 스타트업, 다국적 기업 등등 정말 다양한 회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에게 맞는 기업은 어떤 곳인지, 내가 진짜 흥미를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면접관들과 질문들을 접하며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되는 시간이었으니 분명 헛된 발걸음아니었음에 위안을 삼는다.


 휴직 중인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확신도 계속되는 실패들을 겪으며 오히려 강해졌다. 이런 패배감을 가지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세상 밖에 나가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선택권을 갖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갈 곳이 없어 돌아가는 모습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게 희망, 열정, 실패, 좌절의 단계를 반복해서 겪으며 자포자기에 이렀을 무렵 다시 열정을 한껏 끌어올려보고 싶은 일을 만났다. 그것이 원래 내 자리였던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든 과정과 짜 맞춘 듯 들어맞는 타이밍에 내가 오히려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몇 번 안 되는 이직을 통해 느낀 건 세상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넓고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구체화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어필할 때 내게 잘 맞는 옷과 같은 일이 나타났다. 날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그런 자리와 나의 여건, 타이밍. 이 삼박자가 맞을 때 새로운 기회는 내 것이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는 항상 현재의 것과의 이별의 시간을 동반한다. 이제 내게 남은 숙제는 좋은 끝맺음을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다. 조금은 걱정되고 조금은 떨리고 한편으론 그리운 그 만남이 우리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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