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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Sep 27. 2021

워라벨이 중요한 이유

새로 입사할 회사의 출근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설레는 맘에 긴장 한 스푼이 더해져 뱃속이 간질간질한 느낌이다. 거의 2년 동안 사지 않았던 옷과 구두를 새로 장만하고 출근 동선과 예상 시간을 꼼꼼히 확인하며 지난 일주일을 보냈다. 사무실에서 신을 슬리퍼와 핸드폰 충전기, 개인 컵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것들을 챙기다 보니 자연스레 전 직장으로 이직했던 첫날이 떠올랐. 온통 낯선 곳에서 잔뜩 긴장을 하고 팀원들과 대면했던 기억. 그리고 나의 능력을 인정받겠다며 몇 년 동안 쓸 열정을 전부 끌어모아 며칠 동안 쏟아붓던 무모함까지. 그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매일 같이 쏟아내며 무수한 반대와 갸우뚱거림에 좌절하기도 여러 번,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정체되어 있던 프로젝트에 새로운 시각과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곳에선 어떨까. 한 가지 마음먹은 건 처음부터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자라는 다짐이다. 어차피 지금부터 갈 길은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여정이다. 처음부터 너무 힘을 빼면 지난번처럼 중간에 지칠 것이 뻔하니 이번엔 페이스 조절이 관건이다. 한 가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회사에서 나와 마음 맞는 사람 하나만 만날 수 있게 되길 고대하는 중이다.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일터에서 아침에 얼굴 보며 반갑게 웃고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기에 이번에도 그런 행운을 기대해본다.


아직 출근 전인데도 회사에선 계속 이런저런 일로 연락이 온다. 입사를 축하한다며 직속 상무님에게 온 카톡에 황송한 마음으로 답장을 하고 인사팀에서 미리 보내온 오리엔테이션 자료를 훑어보며 또다시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느낌이 어떤 것이었는지 서서히 그 감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소속감 없이 보낸 지난 9개월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배고픔 같은 것이었다. 어쩌다 명함을 써야 할 일이 생기면 아무 의미 없는 종이나 다름없는 그것을 내밀며 왠지 내 자신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한 발을 회사에 걸치고 있는 휴직자의 신분이었다고는 하나 당장 돌아갈 자리 없는 그 회사는 심적으로 아무런 지지대도 되어주지 못했다. 어쩌면 그래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학생이라는 타이틀에라도 기대고 싶었던 걸까.


오랜 세월 근무를 하다 퇴직하신 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도 바로 이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의 엄마 아빠라 불리기에도 늦어 버린 나이. 그렇게 차 떼고 포떼고 나면 결국 자신에게 남는 건 이름 석자뿐. 새로운 시작을 눈앞에 두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언젠가 내게도 또다시 닥칠 소속감의 부재를 잘 감당하려면 회사 밖 내 인생이 풍요로워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회사와 그 바깥의 인생에 한 발씩 걸쳐두고 균형을 잘 맞춰가며 그 두 인생이 서로를 보완하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번에는 꼭 그렇게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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