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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Sep 30. 2021

새로운 도전과 적응의 시간

 저 멀리 빌딩 숲 사이로 새로 입사할 회사가 보인다. 이 나이에 새로운 회사에 적응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긴장이 된다. 오리엔테이션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더니 역시나 내가 일등이다. 근로계약서와 웰컴 키트를 받고 개인별로 지급되는 노트북까지 수령한 뒤 발령받은 부서로 향했다.


 날 마중 나온 임원분의 온화한 얼굴 덕에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수그러든다. 인사하는 팀원들도 하나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장착하고 날 반겨준다.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느라 정신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첫날부터 수시로 열리는 화상회의까지 참석하니 어느덧 하루가 뉘엿뉘엿 물었다.


 휴직 때 잠시 멈춰놓은 시계를 다시 돌려놓은 듯 쏜살같이 흘러간 하루가 낯설다. 사람들과 맛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 내 자신이 아직은 이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잠깐 외유를 하는 것 같은 심정으로 어리둥절한 순간들을 맞닥뜨고 이곳에 있는 내 몸은 저기 어딘가에서 아직 미처 이곳까지 도달하지 못한 정신이 어서 길을 찾아와 자신과 조우하길 기다리는 중이다.


 

 조금 더 어릴 때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체가 큰 에너지를 주곤 했다. 생각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미지의 세계에 날 던져보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하지만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어가며 지금 있는 익숙한 곳을 벗어나는 것이 기쁨이기보단 두려울 때가 더 많다. 이직을 하겠다며 입사원서를 내면서도 가끔은 내 자신에게 묻곤 했다. '정말 이 익숙함과 안정을 던져버릴 용기가 있는 거야?'

그래서 막상 취업이 확정되었을 때 처음 느낀 감정도 환희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의구심에 더 가까웠다. 나는 속으로 '이제 정말 결단의 순간이 왔는데 진짜 할 거냐'라고 되묻고 있었다. 지금 엉덩이를 붙인 곳에서 완벽히 떨어져 나오기까지 9개월의 휴직이 없었다면 아마도 엄두도 내지 못 일이었다. 결국 새로운 도전으로 날 억지로 는 외부 압력이 없었다면 난 지금도 과거의 안정에 붙들려 있었을 거란 얘기다.


 역시나 이전 회사와는 모든 것이 다른 시스템에 첫날부터 멘붕이다. 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하루 종일 초긴장 상태이다 보니 속이 다시 쓰려온다. 항상 깨어있으려 노력해온 세월이 얼만데 나이를 먹어서 적응이 어려운 것이라고 하기엔 억울하다. 분명 내 탓이 아니라 코로나로 촉진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급작스레 변화된 업무 환경의 탓이 분명하다.


 팀의 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실시간으로 화상 미팅이 잡히고 잠깐 한눈 팔면 무언가를 놓치고 있기 십상이다. 나마 다행인 건 누군가 매일 따스한 말을 건네준다는 것이다. 혼자 외로울까 봐 늘 식사는 했냐며 말을 걸어주고 따스한 차를 함께 마시며 갖는 잠깐의 티타임 덕에 잔뜩 얼어있던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린다. 잠깐 잊고 있던 내 인복이 이곳에서도 제 역할을 하려나보다.


 이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면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곳에서 나의 재가 의미를 갖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이제껏 그래 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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