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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Dec 29. 2021

새해를 맞이하는 올바른 마음가짐

 티브이에서 감미로운 캐럴이 흘러나오 갑자기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한껏 도취된다. 매년 맞는 연말이지만 이 맘 때는 언제나 특별한 기분이 든다. 스크루지 할아버지마저 따뜻한 마음을 먹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꼭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센치 충만한 보들보들한 마음은 나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염병과 맞이하는 두 번째 성탄절이라 떠들썩한 파티는 언감생심이지만 소소한 선물을 준비하고 가족과 함께 얼굴을 맞댄 이 순간, 올해도 아무도 코로나의 마수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지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감사할 이유는 또 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있지만 실직하지 않고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오는 꼼군과 8개월의 무급 휴직을 무사히 넘기고 이직에 성공한 나. 물론 곧 그 지루했던 이직하기 과정을 다시 자발적으로 반복하려 하고 있지만 어쨌든 몇 개월이라도 가계에 도움이 고 있음에 감사하다. 영국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동생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시 봉쇄를 겪으며 동시에 뚝 끊긴 손님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낼 의리 있는 직원들과 작게나마 파티를 한다고 소식을 전해온다. 동생 곁에 고마운 사람들이 있음에 또 감사하다.

 이맘 때면 한 해 고마웠던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해동안 그들과 나눴던 따뜻한 감정의 교류를 다시 되새기며 내년에도 함께 건강히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 본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다 보면 어느덧 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져 온다. 힘들지만 여태껏 모두 각자 자리에서 잘 버텨낸 것에 응원을 보내며 내 마음도 위로를 받나 보다.


 올해는 나에게 조금 특별한 한 해였다. 꼭 1년 전 이맘때 눈앞에 다가온 휴직을 생각하며 불안과 설렘으로 밤잠을 못 이루던 것이 생각난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사흘, 나흘이 되고 난 어느새 상상만 하던 미래의 시간을 금 누리고 있는 중이다. 휴직과 함께 시작했던 브런치에는 그 시간들이 백여 개의 글이 되어 빼곡히 쌓였고 그렇게 쏟아낸 나의 말들은 치료와 회복,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연말만 되면 지난 1년간 무얼 하며 살았나. 헛헛한 마음이 들곤 했지만 올해는 이곳에 그 시간의 행적을 남김으로써 공허함 대신 뿌듯함으로 내 마음을 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맘때면 '또 한 살 먹네' 라며 한탄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한국에 돌아온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의도적으로 한국 나이, 외국 나이를 꼭 구분해서 말하곤 하는 나로서는 사실 그 둘이 많이 헷갈리다 못해 가끔은 내가 몇 살인지 잘 모를 때가 있다. 그렇다 보니 나이를 먹는 것에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마흔을 넘은 것 같은데 주변 친구들이 50을 바라본다며 우리 어떡하냐고 하소연을 할 때면 그때는 또 펄쩍 뛰며 '무슨 소리냐'라고 큰일 날 것처럼 강하게 부인하는 나를 보면 나이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인 것 같다. 지만 나이를 먹어 가고 있음이 아쉬울지언정 부끄럽진 않다. 내 나이만큼 경험치도 함께 쌓여 내 인생의 중반기를 풍요롭게 해주고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할 요건이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이 보다 더 좋은 마음가짐은 없는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건강함을, 비바람을 피할 따스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웃을 수 있음을, 이 가족을 먹일 양식을 벌어올 일자리가 있음을,  풍요로운 마음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이번 겨울도, 이번 크리스마스도, 이번 연말도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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