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esta!

내 몸이 원하는 것은

by 지오바니

해 첫날 끓여먹고 남은 떡으로 혼자 떡국을 끓여먹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다음 주에 개강하는 과목 예습을 하겠다며 한참을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교과서를 뚫어지게 쏘아보다 보니 많이 먹은 탄수화물 탓일까, 잠시 후 물색없이 잠이 몰려왔다.


평소에 잠이 별로 없는 편이라 이제껏 하루 6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회사에서는 가끔씩 몰려오는 식곤증을 밀어내느라 잘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를 홀짝고 그러다 몸에서 받지 않는 카페인 덕에 심한 위염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곤증도 잠시, 그 마저도 집중할 일을 찾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오후 시간을 맑은 정신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익숙해진 신체리듬 덕에 주말에도 낮잠을 자는 일이 많지 않다. 낮잠에서 깨었을 때 그 멍한 기분과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가지 않는 혼란의 상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낮잠이 앗아간 밤잠 지분 때문에 정작 밤에 잠을 설치고 나면 그다음 날은 회사에서 영 맥을 못 추고 하루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별 저항 없이 밀려 내려오는 눈꺼풀에 순순히 항복하기로 했다. 낮잠으로 인해 딱히 망칠 내일이 없기도 하고 회사에서 점심 후 이맘때 식곤증이 밀려올 때마다 입버릇처럼 "우리도 하루에 딱 30분만 씨에스타(Siesta) 같은 것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열심히 일할 수 있을 텐데" 라며 동료들과 웃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 그까짓 거 오늘부터 하면 되지!'


깐 눈을 붙였나 싶었는데 부러 시간을 잰 듯 30분 만에 깨어났다. 은 잠을 잔 것도 아니고 그냥 잠시 동안 몸이 원하는 걸 해줬을 뿐인데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난 6시간의 수면이 충분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현실에 내 몸을 억지로 맞추었을 뿐.


제주에서 보내는 이 시간 동안만이라도 내게 주어진 현실과 의무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걸 찾아내어 조금씩 시도해 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몸과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진 나를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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