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지 않기

내려놓기 연습

by 지오바니

요 며칠 나의 최대의 관심사가 날씨가 된 이후부터 모든 신경이 창밖으로 쏠려 있다.


최대 5일이면 해제되리라고 예상했던 대설주의보는 어제 잠깐 해제되었다가 새벽부터 다시 발효되었다. 국 내일 오기로 했던 지인의 비행 스케줄도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제주도의 날씨라고 보기엔 이례적인 함박눈과 매서운 추위가 인간이 자초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기후를 가진 섬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번에는 그 변화의 진폭과 텀이 너무나도 다이내믹하다.


날씨예보를 끼고 살다시피 하며 오늘 오전이면 이번 눈도 당분간은 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오가 되자 나의 기대에 화답이라도 하듯 창으로 해가 비쳐 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햇살에 그 두텁던 눈도 질척거리기 시작하고 처마 밑 고드름이 녹아 '똑 또옥'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그 소리에 밖에 나가 '이제 고립도 끝이구나!' 신나 하며 차 위를 덮은 눈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그 따뜻한 꿈과 같은 시간도 잠시, 1시간도 채 안 되어 이젠 꿈에서 깰 시간이라는 듯 돌연 힘찬 눈보라가 다시 시작었다.

두어 번 이걸 반복하고 나니 종일 집에서 창밖을 통해 보이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그저 눈이 그치면 신이 났다가 눈구름이 몰려들면 다시 마음이 우울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희일비하니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제주에 오기로 한 지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급기야 끊이지 않고 흩날리는 눈발이 원망스러워졌다.


항상 이렇다.

머릿속에 세운 계획과 일정이 어긋나면 계속적으로 마음을 졸인다. 좀처럼 계획을 여건에 맞게 수정하거나 포기하지 못하고 나를 괴롭히니 마음이 항상 불안하고 걱정으로 가득 차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상대도 되지 않는 것 아닌가. 날씨를 상대로 뭐 어쩌겠다고 눈이 그치지 않는 것에 조바심을 내며 이렇게 실망스러워하는 건 지 모르겠다.


이쯤 되자 눈이 내려놓는 법을 배우라며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같다. 하소연을 할 상대도, 짜증을 내거나 불평을 받아 줄 사람도 없으니 오로지 내 자신에게 기다리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대자연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낱 무기력한 인간일 뿐인 것을 깨닫자고 이 곳에 온 것은 아닌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앞으로 포기할 건 포기하고 나를 좀 편하게 놓아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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