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누군가와 함께 먹는 음식
언제 눈이 왔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이제 도로는 물기 한 점 없이 잘 말랐고 내가 원할 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동행이 생긴 지도 3일째. 어제부터 오전 시간에 오름을 하나씩 오르고 있다. 혼자였을 땐 이런저런 걱정으로 차마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도전한 곳은 이효리 뮤직비디오에 나와서 유명세를 탄 한림의 금오름. 15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는 어떤 블로거의 얘기를 믿고 출발!
입구부터 하늘 높이 쭉쭉 솟아있는 나무들, 제주의 상쾌하다 못해 맛있는 공기가 입안 가득 퍼진다.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아~ 이 맛에 제주 오지!" 라며 감탄을 내뱉는다.
금오름 입구 비록 눈이 녹아내리며 올라가는 길이 시냇물처럼 줄줄 쏟아지는 물로 뒤덮여 금세 양말까지 젖어버렸지만 그 축축함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그 또한 이 시간을 또렷이 기억나게 해 줄 하나의 추억일 뿐.
두 눈 가득 오름이 선사하는 신선한 풍광을 담으며 비로소 내가 제주에 있음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신선한 공기로 폐를 가득 채웠더니 외려 허기가 진다. 혼자 고립되어 있던 일주일은 배고픈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 귀찮았다. 혼자 있을 땐 잘 먹어야 한다고, 아프면 안 된다고 여러 번 당부했던 꼼군의 말이 생각 나 가능하면 최대한 잘 차려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예쁜 식탁과 조명 아래 여러 가지 찬을 차려도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질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오래간만에 허기가 제대로 진다. 그리고 동행이 되어 준 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주 가는 보말 요리 집을 찾았다.
언니와 마주 앉아 고소한 참기름 향에 꼬들한 보말이 입안 가득 씹히는 보말죽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여전히 금오름의 맛있는 공기가 여전히 우리 곁에 맴도는 기분을 느끼며 소박한 만찬을 즐겼다. 너무 맛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며 행복해하는 언니의 얼굴을 보니 내가 더 행복하다. 바삐 움직이며 음식을 서빙하는 식당 아주머니들의 상기된 표정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다른 테이블 손님들의 표정의 조합이 그 맛을 한층 배가시킨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 길, 다음 날은 언니가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나? 음...... 언니와 함께 먹는 모든 음식! 혼자만 아니라면 전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