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순간에만 집중하기
찬란한 기억의 파편들
벌써 제주에 내려온 지 18일 차. 혼자 고립되어 있던 일주일은 시간이 멈춰 있는 것만 같더니 함께할 사람이 있는 시간은 쏜살같이 스쳐 지나간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따뜻한 난로 앞에서 함께 아침을 먹고 오늘은 어딜 갈까 머릴 맞대고 의논한다. 그러다 새로 발견한 맛집에서 오늘도 성공이라며 기뻐하던 것도 잠시, 금세 사나흘이 흘러가 버렸다.
고립되어 있던 동안은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적일 수밖에 없는 일과에 하루를 밀도 있게 살아내지 못함이 불만이었는데, 24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가며 하루를 보내니 체감되는 시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전의 나는 이런 상황에서 빨라진 속도만큼 앞당겨질 헤어짐을 생각하며 우울해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현재를 즐기지 못하면 내일도 우울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오늘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본다.
서귀포 다원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보다 눈으로 더 오래, 더 자세히 바라보고, 바쁘게 돌아다니며 유명한 관광지를 여러 개 찍고 오기보다는 따뜻한 차 한잔 사서 바닷가에 앉아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껴본다.
마주 보며 앉은 식당에서는 심사숙고해서 고른 메뉴를 기다리며 그 식당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허기진 배를 채워줄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과 군침도는 냄새를 기억하려 한참을 음미한다.
순간순간을 내 마음에 사진 찍듯 저장해 쉽게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오감을 사용해 최대한 주변의 모든 색, 냄새, 소리, 감촉과 맛까지 전부 마음에 담아본다.
나중에 뒤돌아보면 뭉뚱그려 흘러가 버린 잃어버린 시간의 덩어리 대신 찬란한 기억의 파편들이 그 자리를 채우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