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나의 존재를 확인받는 시간

by 지오바니

가족과 떨어져 맞는 생일. 공식적으로 한 살 더 먹는 날이 반가울 나이는 지났지만 그래도 1년 동안 어쩌면 나에게 가장 특별할 수도 있는 날 가족의 부재는 약간 쓸쓸한 마음을 준다. 그렇기에 함께 지내고 있는 언니가 끓여준 정성스러운 미역국이 고맙다.

언니가 끓여준 미역국


오늘은 생일인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며 여미지 식물원에 다녀왔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계속 불어오는 바람 덕에 맑아진 푸른 하늘 아래 예쁜 정원에서 긴 시간 산책을 했다. 또, 이 전엔 있는지도 몰랐던 전망대에 올라 마음껏 제주의 자연을 즐기며 혼자였다면 사뭇 달랐을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생일이라며 까똑! 까똑! 가족들과 친구, 지인, 그리고 회사 팀원들의 축하 인사와 선물이 도착했다. 제주에서 지내면서 기존의 나의 세계와 멀어져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내가 어디에 있든 여전히 날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이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점점 더 희미해져 가는 세상이라는 것이 체감이 된다. 그곳이 어디든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그곳에서 만나는 이가 바로 내 옆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역시나 아이가 정성스레 그려 만든 생일 카드를 직접 받아보지 못하는 건 여전히 서운하다. 화상통화를 하며 카메라에 들이댄 귀여운 글씨들에 절로 웃음이 난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달라는 나의 요청에 쑥스러워하면서도 기꺼이 목청 높여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라며 노래하는 아이를 보며 그 귀여운 볼에 뽀뽀를 하고 싶은 맘에 안달이 난다.


이제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제주 생활. 처음 열흘은 고독과의 싸움이었고 그 후 3분의 1은 동행과 함께 관광객의 마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시간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 1분 1초가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 반,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 반. 이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제주 생활의 마지막 챕터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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