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세요?

내게는 유일한 방법

by 지오바니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무언가를 끄적이는 날 보며 아이가 "엄마 뭐해?"라고 묻는다.

"응 엄마 일기 쓰는 거야. 나중에 엄마가 이렇게 살았구나 하고 기억하려고~"

그랬더니 궁금하다며 읽어 보고 싶다는 말에 별생각 없이 브런치의 글을 보여주었다.

한참을 집중하던 아이가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엄마 왜 이렇게 슬프게 썼어? 할머니 얘기 때문에 너무 슬퍼" 라며 한참을 울먹인다.

예상치 못한 아이의 반응에 처음엔 웃음이 났다가 아이가 좀처럼 진정을 못 하자 당황스럽다.


눈물이 많은 건 날 닮은 걸까.

평소엔 티브이에서건 어디서건 누가 울기만 하면 따라 우는 날 보며 항상 놀리던 이가 내 글을 읽곤 잠이 들 때까지 아빠한테 안겨 한참을 울먹였다. 무엇이 그렇게도 아이의 눈물샘을 자극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걸 보는 건 신기한 경험이다.




혹자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 생각을 하게 된다며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무조건 매일매일 무엇이라도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도 뭣도 아닌 내가 매일 정체성이 모호한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것이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술 대신 물을 소주잔에 부어놓는 날 보고 물었다.

"술을 안 드시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저요?......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그때까지 스트레스를 어떤 행동을 통해 꼭 풀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나와 함께했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해 야기된 정서적 불안은 그냥 내가 갖고 가야 할 원죄 같았다.


그러다 순간,

"아! 저는 그냥 매일 무얼 써요... 그러다 보면 좀 숨이 쉬어지더라고요."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것이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구나. 술도 못 마시고 춤도 못 추고 격한 운동을 즐기지도 않는... 딱히 취미라고는 독서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찾아낸 것이...'


그걸 깨달은 후엔 시도 때도 없이 무언가 생각이 날 때마다 메모를 한다. 이렇게 순간순간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내가 느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부터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치료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으니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도 샘솟는다.


그 혹자는 자신이 쓴 책에서 또 이렇게 말했다.

'쉽게, 친구에게 말하듯이 쓰는 걸 부끄러워마세요. 쉽게 쓰는 것이 원래 더 어려운 법이죠.'


이게 내 마음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더 자신 있게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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