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딱 한 사람

가장 소중한 이름, 엄마

by 지오바니

해가 좋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람은 차고 겨울은 아직 물러갈 생각이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을 먹고 두터운 겨울 외투를 걸친 채 산책에 나섰다. 같이 가자는 얘기에 아이는 "차라리 책을 읽을게~"하며 줄행랑을 치고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엄마는 "같이 가실래요?"라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럴까?"라고 반색하신다.


모는 평생 이렇게 자식 바라기다.

나도 부모가 되었으니 이젠 엄마의 마음을 알 법도 한데 아이를 향한 내 마음에 비추어 짐작만 할 뿐.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지 않는 한 나를 향한 엄마의 사랑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길이 없다. 우리 아이가 자신을 향한 엄마 아빠의 사랑의 크기를 짐작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렇게 엄마와 또 길을 나선다.

엄마는 오늘도 어김없이 고양이 밥을 챙겨 와 이 밥그릇 저 밥그릇 가득 부어주시며 집에서나 밖에서나 자식들 먹이시느라 여념이 없다.


득 엄마에게 부모님은 어떤 존재였을까 궁금해진다.

2남 1녀 중 둘째인 우리 엄마는 '아들, 아들' 하는 집에서 태어나 '82년 생 김지영'의 엄마와 같은 삶을 사셨다.

오빠는 장남이라 귀하고 막내아들은 막내라서 이쁨 받는 집에서 성별로 차별받는 기분은 어땠을까. 리고 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 엄마는 딸 둘을 낳는 게 소원이셨다고 했다. 꼭 예쁜 딸 둘을 낳아 외롭지 않게 우시고 싶었다며 우리 자매를 낳아서 정말 행복해하셨다. 그런 엄마 맘 몰라주고 우린 어릴 때 나란히 누워, 자면서 옆으로 주먹을 치고받고 싸울 만큼 사이가 좋지 않아 엄마 속을 썩였다.


요즘 뉴스를 보면 부모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인 세상이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져 부모가 될 준비도 없이 덜컥 아이를 낳곤 방치해 죽게 만들고, 성질에 못 이겨 그 꽃 같은 아이들을 때려서 죽이고,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응석받이를 키워놓은 부모들이 허다하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갖지 못한 부모 복까지 몰아서 받았나 보다. 평생 자식들만 바라보고 사신 엄마에게 이 나이까지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아마도 이제 곧 그 역할이 바뀔 시간이 찾아오겠지만 그때가 올 때 까지는 계속 엄마에게 마음껏 어리광 부리며 부모의 내리사랑을 누리고 싶다.


얼마 전 티브이에서 몇 십년만에 친엄마를 찾은 한 가수가 아이처럼 엉엉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터져 버린 그의 눈물샘이 나도 울려버렸다. 엄마는 그런 존재다. 나이가 몇이든 나를 아이로 만들어버리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고 누구나 한 명만 가질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이름. 엄마.


쉬는 기간 동안 엄마와 더 오래, 더 많은 소중한 추억을 쌓고 싶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뒤돌아 보며 후회하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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