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온지도 3일째.
이제 나름의 루틴이 생기고 있다. 그렇게 염원하던 한낮의 요가도 등록을 했고 점심을 먹은 후엔 이제 되묻지 않아도 자신 있게(?) 찾아갈 수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영어 공부방에 아이를 데려다준다.
그 후엔 엄마와 나란히 팔짱을 끼고 동네 산책을 나간다. 한 시간 정도 걸으면서 평소에 하지 못 했던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오늘처럼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간 날에도 나의 데이트 신청을 흔쾌히 수락하시는 걸 보면 엄마도 나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나쁘지 않으신가 보다
엄마는 산책을 하며 마주치는 온 동네 고양이들을 다 아신다. 어떤 아이를 위해선 집을 만들어 주셨고 빈 사료 그릇 앞에 모인 새끼 고양이들에겐 "어머, 너희들 배고파서 모여있구나. 아이고 어째..." 하시면서 언제 챙기셨는지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사료를 한 움큼 부어주신다. 얼마나 오래 이렇게 동네 냥이들을 다 거둬 먹이셨는지... 동물만 보면 개든 고양이든 햄스터든(예전에 케이지에 버려진 햄스터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으시다.) 뭐든 길에서 마주치는 배고픈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신다. 이렇게 보니 유난히 정 많고 눈물이 많은 우리 딸은 내가 아니라 할머니를 닮았나 보다.
이렇게 하나씩 내가 몰랐던 엄마의 비밀(?)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차로 다닐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걷는 거리에는 새롭게 나타난다. 이쪽을 보면 꽝꽝 언 개천에 들어가지 못한 오리들이 삼삼오오 모여있고 저쪽을 보면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커다란 눈사람이 산책길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응달에 있는 덕에 아직도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눈사람을 보며 이 큰 눈덩어리를 굴리며 신나 했을 꼬마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해진다.
이것이 추운 날씨에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고 다리가 아파도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다.
휴직을 하면 매일매일이 똑같을 것 같았다. 답답하고 무의미한 날들을 보내게 될까 봐 겁도 났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듯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하루도 새롭지 않은 날이 없고 무의미한 날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