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요가라고 아실랑가?
옷빨로는 해결 안 되는 뻣뻣함
처음으로 장만한 요가복을 입고 아침 댓바람부터 설치니 우리 아이가 보기 민망하다며 눈을 가려버린다. 어젯밤에 요가복이 없다는 걸 알고선 꼼군이 부랴부랴 로켓 배송으로 사준 생애 첫 요가복.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안 해 본 게 너무 많다.
오랜만에 운영을 재개한 우리 동네 문화센터는 조심스럽게 정적인 운동 프로그램 몇 가지만 수강신청을 받아 운영 중이다. 그중에서 요가라는 단어만 보고 아무 의심 없이 신청했던 '공 요가'. 조그만 공과 도구를 가지고 하는 요가 프로그램이다.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이미 준비를 마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다른 회원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 이 분위기 뭐지?'
나만 빼고 전부 60, 70대 여성 분들이시다. 살짝 당황했지만 친절하게 인사해 주시고 자리까지 안내해 주시는 그분 들에게 나도 공손히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들어보니 그분들은 모두 아주 오랫동안 이 프로그램을 계속 수강하셔서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듯하다. 선생님께서도 나이가 지긋하시다. 흰머리가 성성한 긴 머리카락을 하나로 질끈 묶고 나타나신 선생님은 새로 온 내가 신기한 듯 "요가는 해 봤어요?"라고 물으신다. 쭈뼛쭈뼛 제대로 해 본 적 없다는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신다.
할머니들(전부 우리 엄마 뻘이시니까 할머니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틈에 섞여 별 기대 없이 동작을 따라 해 본다. 머릿속은 이걸 계속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복잡한데 스트레칭을 하면서 소화들이 되시는지 여기저기 괄약근에서 날 법한 '피식~'하는 바람소리도 들린다. 삐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중반쯤 열심히 따라 하다 보니 어랏, 다들 너무 진지하다. 게다가 꾸준히 하신 분들 이어서 모두들 나보다 훨씬 유연하다. 전부 스트레칭을 하며 다리를 제대로 찢고 엎드려 있는데 나만 땅속에 못 들어간 두더지처럼 불쑥 솟아 앉아있다. 선생님 왈
"자 보세요~ 젊다고 유연한 건 아니에요, 언니도 한 두 달 열심히 하면 괜찮아질 거예요"
날 보며 아가씨인지 애기 엄만지 모르겠다며 언니라고 부르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잠깐 기분이 좋았다가 이어진 선생님의 돌직구에 얼굴에서 불이 났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할머니들이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우습게 봤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딴생각 말고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
(참! 요실금에 좋다는 저 동작은 우리 엄마에게 가르쳐 드려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