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헤어짐이 아픔이 될 때

by 지오바니

일을 놓고 나니 이제는 더 가끔씩만 울리는 전화기. 게다가 공적이든 사적으로 만난 사이던 요즘엔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대부분은 톡을 먼저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화가 올 때마다 화들짝 놀라게 된다. '누가 무슨 일이 있나?' 아니면 '차를 어디 잘못 대놨던가?' 하고 말이다.


산책을 하다 울려대는 전화기에 이번엔 보이스피싱인가 하고 슬쩍 보니 웬걸! 반가운 이름이 뜬다. 우리 팀원이었던 J 과장이다. 지난 5년 간 함께 동고동락 해온 귀한 동료이자 예뻐하는 동생이 된 그녀. 우린 처음 만난 날부터 죽이 잘 맞았다. 사고방식과 성격, 그리고 혈액형까지 같은 우리는 닮은 구석이 많다. 그녀와 지내며 가끔씩은 몇 년 전 좌충우돌하던 나를 보는 것 같은 생각에 안타깝기도 했다. 그때마다 어줍지 않은 조언을 하기도 하고 서로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그런 그녀의 전화라니... 반가운 마음에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다른 팀으로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되어 적응하는 중일 텐데 무슨 일일까 궁금했다.

"여보세요, 팀장님... 잘 지내세요?... 그냥 걸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있다.

'힘든가 보구나...'

그녀의 인사 한 마디에 나도 울컥 마음이 동한다.


내가 휴직 권유를 받을 때 우리 팀원들은 다른 팀들로 각기 찢어져 발령을 받았다. 들은 어쩌면 나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모른다. 그간 난 내가 파놓은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 대느라 그들이 겪을 스트레스는 고민해 볼 겨를이 없었다. 갑자기 새로운 사람들과 잘 모르는 업무 속으로 던져진 그들이 자신들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녀의 목소리가 말해주고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든 팀을 지키지 못한 것이 꼭 나의 무능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태생적으로 프로젝트성 팀이었다는 걸 알지만 '내가 뭔가 더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정말 팀을 지키고 싶었다면?' 한동안은 이런 의문으로 날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다 부질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들을 열심히 응원하는 일뿐이다.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고, 지금껏 잘해 왔으니 더 잘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고 얘기해주었다. 그녀의 성격을 알기에 얼마나 애쓰고 있을지 눈에 훤하다. 그리고 힘들 땐 아니 언제든 이야기하고 싶을 땐 전화하라고 했다. 그건 나에게도 엄청 반가운 일일 테니.


사람들은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게 마련이다. 가족이 아닌 이상 영원한 인연으로 남긴 어렵다. 그러나 가끔 그렇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믿음을 깨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 어짐이 아픔이 된다.


회사를 휴직하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간 알게 모르게 쌓아온 '정' 때문이었다. 하루의 3분의 1을 그들과 보내며 같이 밥 먹고 웃고 울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차곡차곡 쌓인 마음의 크기가 이렇게나 커졌었는지 나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이들과 보낸 세월과 그 속에 꽉꽉 들어찬 '정'이 토록 많은 눈물을 만들어 냈던 모양이다.


울컥했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애써 밝은 목소리로 통화를 마다. 그리고 진심으로 바다.

이 시간이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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