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에서 하려다 대설에 발이 묶여하지 못했던 일을 실천하고 있다. 매일 도서관에 출근 도장을 찍는 것. 아침에 일어나 어딘가 갈 곳이 있다는 건 왠지 모르게 마음에 안정을 준다.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정서적 충만감은 덤이다.
마침 근처에 새로 오픈한 도서관이 있어 좋은 시설과 새 책들을 마음껏 애용하고 있다.
올해 1월 오픈한 이 도서관은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 단계로 상향됨에 따라 문을 열자마자 바로 폐쇄되었다가 며칠 전부터 다시금 운영을 재개했다. 제주에서 돌아와 정착할 도서관을 찾아 헤매던 나는 이 곳을 발견하곤 뛸 듯이 기뻤다. 아이와 함께 방문해 반나절 정도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면 하루가 금방 가 버린다. 처음엔 도서관이라는 단어에 시큰둥 한 반응을 보이던 아이도 이제 이 곳에 가자고 하면 곧잘 따라나선다.
아늑한 조명과 편안한 시설 그리고 사람들 모두 독서에 빠져있는 이 분위기가 집중력을 높여준다. 집에서는 책을 읽다가도 집중력이 금방 흐트러져서 계속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기 일쑤인데 이 곳에선 어려운 이론의 논문도 술술 잘 읽힌다. 주말을 맞아 함께 방문한 꼼군도 이 곳이 마음에 드나 보다. 여기서 재택근무를 하면 되겠다며 인터넷 속도가 엄청 빠르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나는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못 보던 책이 있으면 그 앞에 앉아 무조건 책을 읽었다. 놀러 와서 책만 읽는 내가 못마땅한 친구에게 불평을 들었음은 물론이고 학교에 다닐 때에는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가장 많이 빌린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고 했다. 책의 무엇이 그렇게 날 이끌었을까. 일명 활자 중독인 걸까.
내가 생각하는 책의 매력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워낙에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나는 세상을 책으로 배웠다. 소설을 읽으면서는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에 감동했고 여행기를 읽으면 내가 가보지 못 한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인문학 책을 통해서는 작가가 자신의 가치관을 덧입혀 정리해 놓은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통찰을 엿보며 그렇게 얻은 경험과 지식은 소리 없이 내 안에 스며들어 나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
블로그에 책 리뷰를 시작한 것도 책을 통해 얻은 경험과 감동,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감상을 적은 책들이 쌓여 이제는 소중한 생각창고가 된 그곳에 매일 들른다. 다시금 내가 적어놓은 글을 읽어보면 책을 읽었을 때 당시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와 새롭고 뿌듯하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적은 것이 아니니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의 솔직한 감상이 드러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아이와 도서관을 다니며 가장 기쁜 지점이 이 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아이가 함께 한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아이도 앞으로 읽을 수많은 책들을 통해 내가 느꼈던 감동과 기쁨, 스릴, 재미, 깨달음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
이렇게 난, 휴직을 해서 가장 좋은 점을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