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과 집 밖일

뭣이 중허냐고?

by 지오바니

뭐가 이리 바쁜 걸까.

집에 있으면 꼼지락꼼지락 할 일이 너무 많다.


오늘은 현재 수강하는 과목의 첫 번째 시험이다. 그 덕에 아침에 눈 뜨자마자 책상에 앉 정신없이 오전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각 방 정리를 했다. 이전부터 눈에 거슬리던 널브러진 책 들을 한 곳에 정리하고 각종 고지서 들도 한 데 모아 버릴 건 버리고 나머지는 정갈하게 철을 해놓았다. 어지러운 아이 책상과 이부자리도 정리해주며 하루 종일 무언가를 엄청 했는데 딱히 테가 나는 건 하나도 없다.


밥 먹고 설거지 가끔, 청소기도 가끔, 빨래도 가끔 하니 딱히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몸은 또 엄청 힘들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며 에서 하는 많은 일들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잘 유지(maintenance) 하기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까? 하면서도 별로 신이 나지 않는다. 잘한다고 승진이 되는 것도 돈을 받는 것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매일 가족들을 위해 몇십 년씩 해온 우리 엄마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가정 주부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득 예전 박카스 광고의 내레이션이 떠오른다.

"가장 많이 일하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


휴직을 결정하며 가장 고민하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나의 이력서에 공백이 생기면 어쩌지 라는 걱정. 물론 퇴직이 아닌 휴직이기에 프로필엔 변화가 없지만 실질적인 업무의 공백이 두려웠다. 아무도 집에 있던 시간을 스펙으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야 밖에서 하는 일과 집에서 하는 일의 경중을 따지는 건 잘못된 인식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리고 어쩌면 나도 이제껏 밖에서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는 자각에 마음 한 구석이 아프다.


겪고 보니 집 밖이든 안이든 모든 일은 유의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 일 너무 불공평하게 평가받아왔다. 내가 왜 오랜 세월 바깥일에만 전념해왔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론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일을 통해 나의 가치를 남의 시선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자아실현의 방법이라 믿으며 말이다.


게다가 밖에 나가면 일을 하다 친한 동료들과 수다도 떨 수 있고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도 많다. 매일 새로운 자극을 받는 환경에서 배울 기회도 많아 몸은 늙어가도 마음은 청춘이라고 우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일한 만큼 돈도 준다. 성과가 좋으면 승진도 시켜줘서 권력의 맛도 알게 해 준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괜찮은 딜이었다. 깥일을 한다는 건.


이제 그 평가와 시선에서 멀어진 나는 집에서 내가 하는 일의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찾는 중이다. 딱히 테가 나지 않아 아무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아도 내 스스로 그 가치를 깨달았으니 굳이 남의 평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그 점이 묘하게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내 가족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니 모든 손길에 정성이 듬뿍 들어간다. 이 것은 바깥일을 하면서는 느껴본 적 없는 행복감이다.


이렇게 두 가지 일의 마음속 저울질을 끝냈다.

그래서 뭣이 중허냐고? 그건 각자 판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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