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행복의 응집이다.
아이와 유럽여행을 꿈꾸다.
생각 없이 틀어놓은 티브이 채널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나온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나도 아마 지금쯤 유럽에 있었겠지. 빡빡한 학기 스케줄에 스페인을 여행할 시간이 있었을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보는 이국적인 영상에 떠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어렵게 생긴 휴식의 시간.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렇게 좋은 기회에 집콕이라니.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아이와 이곳저곳을 다니며 함께 세상 구경을 하고 싶었다. 언젠가 내게 이렇게 쉬는 기회가 온다면 이국적인 곳에서 한 달씩 살아보며 아이와 특별한 추억을 쌓자고도 다짐했었다.
이런 계획이 무색하게도 아이는 요즘 완벽히 집순이가 되어버렸다. 학교를 제대로 못 간지는 1년이 넘었고, 근래 들어서는 하루 종일 놀릴 수 없어 할 수 없이 보내기 시작한 학원에 가는 것조차 버거워한다.
어쩌면 아이들도 자기들 나름대로 이 상황에 적응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나갈 수 없는 상황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집순이가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니.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되면 싫어도 집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 괜한 걱정은 접어두련다.
기분 탓일까. 요즘 들어 세계 곳곳을 소개해 주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마스크 없이 인터뷰에 응한 다양한 나라의 외국 사람들을 보니 분명 코로나 발발 이전에 찍어 놓은 영상 이리라.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여행을 가고 싶다며 하소연을 한다. 그나마 비행기를 타고 가는 제주도에 가서 여행에 대한 갈증을 푸느라 제주행 비행기는 평일에도 연일 만석이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니 이제 나는 제주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출장으로라도 1년에 한 번씩은 콧바람을 쐬곤 했던 터라 그 갈증이 더 심하다. 그러다 가끔씩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과 음식, 아름다운 거리가 티브이에 비치면 불쑥불쑥 여행에 대한 갈망이 맹렬하게 솟구쳐 오른다.
이제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아이와 함께 유럽 여행하기가 더해졌다. 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2년 뒤 석사 공부를 마치면 졸업식은 꼭 아이와 함께 참석하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그때 내가 어떤 상황일지 모르겠지만 코로나와 같은 천재지변만 아니라면 아이에게 엄마의 두 번째 고향을 꼭 보여주고 싶다.
내가 다니던 학교, 오랫동안 살던 거리와 마음이 쓸쓸할 때마다 찾아가서 앉아있던 템즈강변의 벤치. 그리고 즐겨가던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 내게 정서적 풍요를 선물했던 구형 소니 라디오를 발견한 동네 벼룩시장,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형 마트와 그곳에서 한국에선 비싸서 자주 못 먹는 맛난 체리를 잔뜩 사서 먹여주고 싶다. 아마도 일반적인 런던 여행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동네 유기농 아이스크림 맛집
이렇게 여행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어떤 심리학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여행은 행복의 응집이다.
그렇다. 여행지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 좋은 풍광을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는 모든 행위는 행복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여행을 갈망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든 여행자로 방문한 곳은 대부분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도 이런 연유일지도.
이제 내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