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일

선택의 시소

by 지오바니

"아직도 혀가 즐거워~"

유명한 숯불 고깃집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카페로 가는 길.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연신 방실방실 웃음을 짓는다.


휴직한 엄마와 재택근무 중인 아빠가 하루 종일 집에 있지만 엄마 아빠 모두 공부하랴 일하랴 종일 책상 붙박이인지라 오랜만의 외출에 기분이 좋을 법도 하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날이 더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원래부터 이렇다 할 취미가 없는 엄마 아빠를 둔 죄로 집순이가 되어버린 아이. 예전에는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 아이에게 "솜사탕 사줄게~" 이도 아니면 "아이스크림 먹을까?"라고 하면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지만 이제 자기 용돈으로 혼자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된 아이에겐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차 안에서 입맛을 다시며 너무 맛있었다고 호들갑을 떠는 아이의 모습이 참 반갑다. "거봐~ 엄마 아빠 따라오면 맛난 거 먹는다고 했지?"라고 생색을 내니 인정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그제야 겨우 아이의 기분이 풀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아침부터 나가기 싫다며 입을 한껏 내밀고 뾰로통해진 아이를 거의 반협박을 하며 데리고 나온 것이 꼭 체한 것 마냥 목에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럴 때 아이를 보면 마치 날 보는 것 같아 복잡한 심경이다.

집에 있으면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것 외엔 별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하지도 못하는 내 모습이 그대로 아이에게 투영되어 보인다. 자전거도 배우고 싶어 하지 않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30분만 타면 지쳐 집에 가자고 주저앉고 무언가 활동적인 것은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를 얼러도 보고 윽박도 지르고 명령도 해봤지만 통할 리가 만무하다. 나도 잘하지 못하고 즐겨하지 않는 걸 아이에게 하라고 하면서 나도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에게 거울처럼 비친 내 모습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염된 것뿐인데 억지로 될 일도 아닌 듯싶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도저히 이래서는 안 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자꾸 치밀어 오르고 결국 다음 달부터 인라인 강습을 받으라고 선언하니 아이는 급기야 눈물을 떨군다.


이제 내겐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함께 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는데 아이는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놓여있다.


남들 하는 건 다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것뿐인데, 본인이 원하지 않는 걸 부모라고 강제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아이의 판단력이 아직 다 성장하지 않았으니 부모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인도해줘야 하는 걸까.


부모가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답은 없고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결과론 적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엔 내게 주어진 선택의 시소 반대편에 앉아 있는 아이 인생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