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순간들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by 지오바니

내 일상을 루틴화 시키겠다는 결심이 무색하게도 오늘은 어제와 달리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그래, 한 순간에 내 몸이 생각대로 될 거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지'

이렇게 된 바에야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보다는 글을 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자판을 두드리며 고요한 새벽 공기에 파열음을 일으킨다.


캄캄한 방 안, 새어 나오는 모니터 불 빛을 보자 이전 유럽 출장길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출장업무가 마무리된 후, 유럽까지 갔는데 그냥 오기 아쉬워 내겐 제2의 고향이자 동생 가족이 살고 있는 영국에 들렀다. 동생 가족을 만나기 전 오롯이 혼자 여행을 하고 싶단 생각에 한국 민박을 예약하고 오랜만에 관광객이 되어 여행을 다녔더랬다. 시차적응이 안되어 초저녁이면 잠이 들고 새벽마다 깨어 이렇게 캄캄한 방 안에서 모니터 불빛에 의지해 일도 하고 메일도 쓰고 한국 소식도 찾아봤던 생각이 난다. 그때 옆에서 잠을 자던 민박집 손님이 자판 두드리는 소리에 깨었다며 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너무 미안했었다.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기에 그 순간들이 더 그립다.

런던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동생 가족은 올해 초 오픈을 하자마자 락다운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고, 휴직 후 1년 동안 석사학위를 위해 영국으로 떠나겠다는 인생 최대 결정을 했던 나는 결국 영국행을 포기하고 원격수업을 하면서 배움의 갈증을 채우고 있다.


일상의 큰 변화와 부침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변화의 크기를 걱정한다. 그 걱정들이 뒤엉켜 미래를 예측하는 수많은 관련 서적들을 쏟아내 있고, 뭔가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직업을 잃거나 어디론가 뒤쳐져 낙오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듯하다.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공부를 다시 하겠다고 결정한 건 팬데믹 이전이지만 급격한 변혁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다급함이 있었다. 그런 이때에 이렇게 미래를 준비하며 제주에서 평온하게 쉴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감사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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