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휴직자가 된 지 딱 일주일째.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내일 해야 할 일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에서의 내 하루는 To do list (할 일 목록)로 시작해서 , To do list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다이어리에 날짜별로 회의 일정과 처리할 목록을 시간대별로 적어놓고, 완료가 된 일을 하나씩 지워나갈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이 있다. 항상 출근하기 전날 밤 그다음 날의 일정을 체크하고 내일 할 일이 명확한 상태여야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 이젠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없는 상황.
무한한 자유로움 보다는 채워야 할 시험지를 빈칸으로 놔둔 채 제출하는 수험생 같은 심정이다.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내일 뭐 하지?', '누굴 만날까?', '어딜 가 볼까?' 라며 머릿속은 온통 하루를 채워야겠다는 조급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 거면 회사에 다닐 때와 뭐가 다르니!'라고 내 안의 내가 소리치는 것이 들리는 듯하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는다.
특히 나처럼 정해놓은 틀 안에서 벗어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으면 챙겨야 할 사람이 있으니 나름의 역할이 생기지만 제주에서의 삶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외딴 요트 같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이겨내지 못한 끝에 결국 하루에 하나씩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을 만들기로 했다.
회사에 출근하듯이 도서관에 가는 것.
다행히 제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 단계여서 공공 도서관들이 시간을 단축해서라도 운영 중이다. 제주에는 총 15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그중에서도 한라수목원 가는 길에 있는 한라도서관이 가장 크고 장서도 30만 권이 넘어 가볼 만하다. 예전에 제주에서 살았을 때에도 주말마다 그곳에 가서 라면 끓여주는 기계로 라면도 먹고 영어 공부도 하고 그랬었다. 이번에는 제주에 있는 다양한 도서관들을 다니며 그 주변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일정을 짜 보기로 했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혼잣말이 들리는 듯하다. "또 일정을 짠다, 이 사람. 쯧쯧쯧......"
항상 돌고 돌아 내가 도착하는 곳은 계획이다. 언제쯤 이 무한루프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오늘은 내가 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