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자유다!

몸과 함께 마음에도 찾아온 여유

by 지오바니

사에 출근했다면 시무식을 했을 오늘.

연말연시 연휴가 끝나자 비로소 내가 출근하지 않았도 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아침으로 따뜻한 오트밀을 먹고, 좋아하는 페퍼민트 티를 한잔 마시며 블로그에 글을 썼다. 또 아침부터 해가 좋은 오늘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잔디에 나가 내 키 보다 훌쩍 커버린 나무도 한번 쓰다듬어 주고 바람에 날아온 나뭇가지도 주우며 이 여유로움을 최대한으로 만끽했다.


오후에는 오래된 지인의 식당에 가서 느지막이 점심을 먹고 근처 별다방에 앉아 2시간이 넘게 수다를 떨었다. 회사원이었다면 결코 하지 못했을 일들을 보란 듯이 하고 싶었나 보다. 오후 4시가 지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는 근처 삼매봉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무런 기대 없이 방문한 그곳의 풍광을 보곤, '우와~ 우와~' 속으로 엄청나게 탄성을 질러댔다.

삼매봉 도서관에서 본 풍경

뚫린 시야 저 너머에 웅장하게 자리 잡은 한라산.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며 내가 드디어 자유라는 사실이 심장까지 와서 콱 박히는 것만 같았다.

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도서관에 들어가니 좋아하는 책 냄새가 훅~ 들어온다. 한참을 설레는 마음으로 자료실 안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책 두 권을 골라 나왔다.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육지에서 만든 공공 도서관 이용 카드(책이음)는 제주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육지에서는 코로나로 도서관도 문을 닫은 지가 오래여서 오랜만에 방문한 도서관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읽고 싶은 책을 품에 안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회사 동료가 보낸 카톡이 도착했다. 시무식 때면 한 해 동안 회사 게시판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사람에게 상품권을 주곤 했는데 이번엔 내가 뽑혔다며 상품권 사진을 보내왔다.

당분간은 회사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런 유쾌한 일로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갑자기 생뚱맞게도 '시무식에서 내 이름이 불렸을 때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내가 없음을 아쉬워했을까. 아니, 아마도 내가 없었는지도 몰랐을 확률이 크다. 난 회사에서 내 역할과 업무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다. 성격상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도 없고 사내 가십에도 전혀 무관심한 데다 업무 특성상 다른 팀과의 협업 기회가 거의 없어 지난 5년간 크지도 않은 이 회사에서 말 한번 건네보지 못한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게시판에 적은 나의 성료 글이 한 해 동안 최다 댓글을 받은 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차마 말로 전하지 못한 동료들의 응원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따뜻해져 온다.


1년 후 다시 만나면 그때는 조금은 더 살가운 동료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날 보니, 내 마음이 이 시간들과 함께 조금은 더 여유로워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징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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