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 사랑을 돌려줄 시간

가족의 헌신과 배려

by 지오바니

제주에 내려온 지 벌써 일주일.

혼자 머문지도 3일 차가 되었다. 이제 제법 이 공간에 나만 있음이 익숙해지고 있다.


아이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던 날, 꼼군은 날 돌아보며 "혼자 두고 가려니 좀 그러네......" 라며 머뭇거렸다.

성품이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지만 좀처럼 내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일이 드문 그이기에 그의 이 말 한마디에 왈칵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고작 비행기 한 시간 거리인데 웬 눈물바람이야, 주책맞게'라는 생각을 하며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았다.

생각해보니 이제껏 해외출장으로 일주일 정도 집을 비웠을 때를 제외하면 이렇게 긴 시간 떨어져 있어 본 적은 없었다. 아이는 나와 손가락 걸고 약속한 대로 저녁마다 화상통화를 걸어온다. 통통하고 귀여운 얼굴을 화면 가득 들이밀고 오늘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얘기하는 아이를 보면 세상만사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하다. 그리고 내가 결코 혼자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받는다.


가끔씩 아이와 통화 중 걱정스러운 얼굴로 잘 지내냐며 말을 건네시는 엄마도, 혼자 너무 잘 지낸다는 내 말에 안심하신 듯 활짝 웃으시며 "혼자라도 밥 잘 챙겨 먹어, 문단속 잘하고!" 라며 90번만 더 말하면 100번 째인 당부를 또 하신다. 아빠도 "제주 가더니 얼굴 좋아졌다!"라고 장난스러운 안부인사를 건네신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을 말없이 허락해 준 부모님. 남편과 아이를 맡겨놓고 가겠다는 내게 '그래 오래 일했으니 가서 맘 편히 쉬고 와, 혼자 있는 것도 괜찮더라'라고 말해준 엄마에게 미안하면서도 참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난 모든 일에 내가 중심에 있는 사람이다. 나쁘게 말하면 이기적이고 좋게 말하면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한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좀처럼 그 결심이 외부의 요인으로 꺾이는 경우가 없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전 세계적인 팬데믹 같은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데 항상 이렇게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편과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다.

출산 3개월 만에 다시 출근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도 일에서 더 이상 멀어지고 싶지 않다는 내 욕심이 그 결정에 8할을 차지했고 비록 출근해서는 몸이 너무 힘들다며 엄살 아닌 엄살을 부렸지만 결국 3개월 된 아기를 맡아 길러준 엄마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잦은 출장을 다니면서도 아이 걱정 없이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것도 엄마와 가정에 헌신적인 꼼군의 역할이 컸다.


이렇게 난 정말 밤낮으로 일하랴 육아하랴 슈퍼우먼 같은 다른 워킹맘들보다 훨씬 좋은 여건에서 일할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내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던 이유였다. 그렇기에 가끔씩 회사에서 갓 결혼한 여직원들이 '팀장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 멋있어요! 아기 낳으면 일 계속하기 힘들 것 같은데......'라고 얘기할 때마다 '내가 좀 운이 좋아.'라는 말 밖에 해줄 것이 없었다.


나의 행운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쉬는 1년 동안 내가 받았던 그 헌신과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기에 앞서 다시 한번 그들의 배려로 나에게 주어진 다시없을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고 다시 한번 되뇌인다.




이전 07화드디어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