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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ak Mar 17. 2021

투명한 말을 주고 받는다는 것

: 감정의 찌끄레기

누군가의 말을 100% 믿을 수 있는 상황은 생각만큼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입에 바른 소리나 상황을 고려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람들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은 진실한 인간 관계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누군가의 말에서 온전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느냐는 것은 이러한 노력과 전혀 다른 문제이다. 노력을 통해 상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있으나 따라서 그들의 언어가 온전히 진심인 것은 아니니까.

누군가의 언어가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투명한 진심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다른 어떠한 감정과도 구별할 수 있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투명한 진심이라는 건 표면적으로는 불편할 수 도 있다. 기대하지 않는 말을 들을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이런 불편함들은 진심에 불가결한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쩌면 이러한 불편함을 통해 한층 더 상대의 진심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

투명한 진심을 느꼈다는 건 동시에 내가 그 사람을 100% 신뢰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그러니까 투명한 진심을 느끼는 일은 상대가 나에게 진실되어야 하고, 나 역시 상대를 신뢰해야 하기에 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존재한다는 것이 감사할 정도로 흔치 않은 일.

나도 인생에 한 번쯤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투명한 말을 전할 줄 아는 존재였기를. 그런 존재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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