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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ak Apr 29. 2020

시작

: 감정의 찌끄레기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모든 것은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행복했던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아팠던 기억이 사라지는 건 다시금 세상에 발을 내딪게 해 주는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행복했던 순간뿐만 아니라 아픈 순간에도 피어나 살아있던 감정들이 자고 나면 이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상당한 아쉬움을 느꼈다. 몇몇 기록된 순간들은 그때처럼 살아 숨쉬지는 않아도 마치 사진이 찍힌 것처럼 그때를 기억하게 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순간들은 아무리 격한 순간이라고 해도 이미 뜯껴진 방향제처럼 그 강렬함이 시간에 번져 사라지고 만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은 내가 무언가를 본 그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느낀 순간, 행복을 느낀 순간, 새로움을 느낀 순간. 하지만 이 기록은 객관적으로 시각화 되어 다음에 내가 같은 감정을 떠올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소극적 감정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글 역시 모든 순간의 감정을 완벽히 재현하지는 못하지만 사진보다는 적극적으로 감정을 기록하는 일일 것이다. 감정 수집가인 나는 반짝이며 사라지는 감정들을 기록하고 싶다. 언제나 기록되는 것보다 기록되지 않는 순간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나의 반짝이는 그때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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