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워준 책 소개(3)
오래전 ‘몰입’이라는 단어가 교육 현장에 소개되었을 때, 영어몰입교육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나갔습니다. ‘이머전 영어’라는 이름으로, 마치 모든 문제의 해답처럼 여겨지기도 했지요. 그 시절을 떠올리다 보면, 유행과 트렌드에 따라 흔들리는 교육계가 조금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심이 없는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책 『몰입의 즐거움』은, 그저 시간에 이끌려 살아가는 분들께 조용히 건네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저 역시 한동안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아차 하는 순간 시간을 흘려버리기에 저에게 꼭 필요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잊지 말고, 잘 보완해 가며 살아가자.”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몰입형 인간’입니다. 아니, 한때 그랬다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가보다는 공부나 일에 더 깊이 빠져들었고, 시간이 멈춘 듯한 몰입의 순간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은 자연스레 멀리했고, 한 번 빠지면 꽤 오래 집중하는 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날, 공부에 흥미가 없던 저를 아버지께서 방에 가두신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수학 경시대회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내가 공부하나 봐라”는 생각으로 그저 잤지만, 심심해서 문제집을 펼쳐 들었고 어느새 전부 풀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학년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어? 하니까 되네.”
그 경험은 제 안에 ‘하면 되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단단히 심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의 교육방법이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는 그 경험이 없었다면 제 인생이 굉장히 달라졌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잃어버리고부터 몰입의 경험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삶의 질, 내면의 행복감도 함께 낮아졌던 것 같습니다.
행복은 가족과 여행을 갈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친구를 만날 때도 분명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그 진한 행복감은 또 다른 결의 감정이지요. 그것은 아마도 몰입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 책을 통해, 제 마음속에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을 다시금 꺼내어 차분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세상은 가만히 두면 무질서해집니다.
엔트로피의 법칙처럼 삶도, 교실도 잠시만 놓치면 금세 어지러워지고 혼란이 찾아옵니다. 질서 있는 상태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경험과 활동, 장소와 시간,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게 정성이 쌓일 때, 비로소 일상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셋째, 교직은 제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일입니다.
요즘은 교직을 폄하하거나 스스로를 낮추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저 또한 때로는 그런 생각에 빠질 때가 있었지요. 하지만 여전히 멋진 교사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보며 배우고, 함께 우리 교실과 학교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가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가치 있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넷째, 수동적인 여가에만 머무르지 말고 능동적인 여가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펼쳐보아야겠습니다.
몰입은 그런 순간들에서 더 잘 피어납니다.
다섯째, ‘운명애’를 품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피할 수 없는 일들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공동체의 선을 생각하고 악과 무질서에 저항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요즘 부모님들께서는 “우리 아이는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힘들게 공부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학교는 즐겁게만 다녔으면 해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묻고 싶습니다.
과연 아이가 편하고 안락한 즐거움만을 누리는 것이, 정말 그 아이를 위한 것일까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행복은 몰입할 때 찾아오는 거란다.”
그리고 “세상은 가만히 두면 무질서해진단다.”
자극적인 즐거움보다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질서 있게 만들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공동의 선을 향해 함께 나아가보자고.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찬란하고,
함께 살아갈 미래가 눈부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