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멋져, 나는 최고야,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야
제일 먼저 제가 한 일은 요새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는 청동이를 위해 냉장고 한 벽을 ‘청동이 전시회’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문방구에 가서 부직포를 사서 예쁘게 만들어 아이가 자신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아침마다 청동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아침밥을 정성스럽게 차렸습니다. 함박 스테이크, 수육, 잔치국수, 소고기 떡국, 고등어구이, 마파두부 등 매일 다양한 종류로 준비하였습니다. 청동이도 엄마가 매일 차려주는 아침밥상을 기대하며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양치하기, 세수하기, 옷 갈아입기를 바로 이어서 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하였습니다. 이 단순하고 당연한 일련의 과정이 아이에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고 한눈을 팔았고 양치를 하면 세수는 까먹고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반년이 지나도록 같은 증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옷을 다 입으면 멋지게 입은 자기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며 “나는 멋져. 나는 최고야. 오늘 정말 멋진 날이야!”라고 구호를 같이 외쳤습니다. 그리고 등하원을 하면서 지켜본 결과 아이가 어른이나 친구들에게 인사를 잘하지 않는 것을 보고 거울을 보며 “선생님 안녕하세요. 얘들아, 안녕? 미안해. 고마워. 감사합니다.”와 같은 인사를 놀이처럼 하였습니다. 실제로 아이에게는 이 구호를 외치고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한 기억이 지금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매일 아침 유치원을 가자마자 가방정리를 3분 안에 한다는 미션을 주기도 하였습니다(유치원 선생님의 가장 큰 불만이었지요). 유치원에서 ‘영어 발표대회’가 있으면 제가 집에서 같이 연습을 하기도 하고, ‘장구 공연’이 있으면 실제 장구를 구매하여 집에서 연습을 시켰습니다. 아이를 친구들보다 잘하게 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 아닙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 정확하게는 선생님들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유치원, 학원 선생님들의 눈빛, 친구들의 태도는 아이의 자존감과 직결될 테니까요.
생활태도 감정표현과 관련된 그림동화책도 꾸준히 매일 읽어 주었습니다. 선생님과도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였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열심히 아이를 지도하고 있는지 안다면 아이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떠하였을까요?
겨울방학이 지나고 1월이 되었을 때 ‘반응이 달라졌겠지?’ 하는 저의 기대를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4개월을 노력하였는데 여전히 가방정리를 하는데 오래 걸린다고 하고 모둠 활동에 속도가 너무 늦고 모이기를 할 때 제 때 잘 못 모인다는 것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눈이 뒤집어졌습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도대체 아침에 등원하여 물통과 양치도구를 빼고 가방과 외투를 가방장에 넣는 것이 뭐가 대관절 어렵길래 그게 안 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지켜본 아이는 아무리 봐도 지능이 나쁜 아이가 아닌데 왜 그게 안 되는 것인지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그리고 2월 고민을 하다 병원을 찾았고 CAT검사와 풀배터리 검사를 하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ADHD를 의심한 남편도 별도로 검사를 하였습니다.) 청동이 검사 결과는 ‘주의력 결핍형 ADHD’ 였습니다. 지능은 매우 높으며 자제력이 높아 충동성이 없고 특이한 것은 보통 이런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없는데 청동이는 자신을 굉장히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감이 있었고 가족애가 크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아이가 ADHD가 맞다는 말에 씁쓸하기도 하였으나 제가 노력한 시간들이 아주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약 복용을 제안받았고 가지고 왔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먹이 지를 못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던 숱한 부작용이 걱정이 되기도 했고 이 사실을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3월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나갈 때쯤, 아이가 목소리가 크다고 담임선생님께 지적을 많이 받고,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며 산만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소지품을 자주 잃어버리고 오는 것을 보고 약 복용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큰 소리로 혼내보기도 하고 다그쳐도 얼러 보기도 하였지만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약을 먹는다고 ADHD의 원인인 ‘전두엽 성장’이 획기적으로 빨라지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의 주의력에 도움을 줘서 주변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이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아이의 습관이나 생활 태도 등을 만드는 것은 약이 아니라 가정환경, 교육환경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첫 약은 ‘페니드정’이었습니다. 이유는 가장 적은 용량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5mg을 일주일간 복용하다가 문제가 없으면 5mg을 복용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몇 달을 고집하며 2.5mg만 먹였습니다.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5mg라고 합니다. 하지만 청동이는 2.5mg을 먹여도 확실히 주의력 쪽에서 개선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신기한 변화였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문제가 되었던 ‘신발주머니’, ‘보조가방’, ‘우산’, ‘수건’, ‘옷’ 등 자신의 소지품을 잊지 않고 잘 챙겨 왔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 금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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