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욕심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너에게
다이어리의 계절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2026년 다이어리를 사고 ‘올해는 망했지만 내년은 꼭 이루리라.’라고 다짐하며 내년 목표를 세웁니다. “다이어트, 운동, 영어” 매년 적는 것은 똑같습니다. 아, 가끔 ‘독서, 자격증, 돈 모으기’ 등이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세운 그 목표들 얼마나 이루셨나요?
저 역시 그래왔습니다. 해만 바뀔 뿐 신년에 10개가 넘는 목표 리스트를 줄줄 써 내려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 가지 이루는 것도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목표를 이루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내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출퇴근하는 지옥철에서도 열심히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저녁을 굶기도 하고, 한 두 정거장 전에 내려 걷기도 합니다. 하지만 곧 퇴근 후 멍한 눈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스트레스로 폭식을 하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 연말이 되었을 땐 “차라리 목표 세 개만 정할 걸,” 혹은 “한 가지 목표만이라도좀 할걸!”하고 후회를 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또 새 해가 되면 ‘이번만큼은 꼭 이루리라!’라고 하면서 기나긴 리스트를 적었죠. 계속 목표 실패를 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목표 자체를 안 정하게 됩니다. 씁쓸합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둘째 육아휴직을 하면서 목표를 딱 하나만 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이어트’입니다. 어차피 아이 둘을, 특히나 이제 막 태어난 둘째를 케어하는 것은 경험으로 봤을 때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더 내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다이어트’로 정한 이유는 첫째를 낳고 회사 복직 후 1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일하며 독박육아를 하다시피 살다 보니 밤늦게 빵으로 대충 때우거나 아침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해 밤에 고칼로리 배달음식을 폭풍흡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살이 빠른 속도로 쪘고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첫째를 가졌을 당시 만삭에 가까운 몸무게였습니다. 그리고 둘째를 낳고 나서 몸무게가 돌아올 줄 알았으나 100일이 지나도록 임신당시 몸무게 +4kg이 더 쪄 있던 상태였습니다.
‘다이어트’ 결심은 매년 하였지만 5~6년이 넘도록 늘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짐이었고 이것을 해결해야 다른 것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도장 깨기 하듯 깰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이번 육아휴직 동안 다이어트도 못하면 아무것도 나한테 남는 게 없다!’라고 생각하며 다른 것들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아주 독한 분이나 체질적으로 살이 잘 찌지 않는 분이 아니고서는 둘째를 출산한 엄마가 아무 도움 없이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즉 제가 샐러드와 닭가슴살만 먹고 집에서 홈트를 하며 산 것은 절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일 년간 목표가 딱 1개이니 마음이 크게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또 이것마저 못 이루면 너무 나 자신에게 속상하니 폭식이 사라졌고, 간식을 조금 덜 먹게 되었고, 조금 더 많이 움직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 없는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6개월 만에 -8kg이 빠졌습니다. 아직 제가 목표한 모습에 가까우려면 좀 더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도록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지금 몸무게는 최근 6년 동안 중에 가장 최저 몸무게입니다. 터질 것 같던 옷들이 스무스하게 들어가고 그동안 못 입지만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옷들이 봐줄만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직 100% 목표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다른 것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원래 매해 정한 목표를 늘 80% 이상 잘 이루는 분이라면 하시던 대로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저처럼 회사를 다니며 여러 목표를 생각하지만 늘 도돌이표이고 특히 다이어트가 인생 숙제인데 매년 실패하고 마음의 짐처럼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2026년 목표는 한 가지만 정합시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최근 몇 년 동안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내 마음속 가장 큰 짐인 것이 있다면 ‘그 녀석’을 목표로 삼으십시오. 아무리 생각해도 1년 동안 목표 한 가지는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면 6개월 목표 1개로 잡아보세요. 그리고 그것만 파 보는 겁니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4개월까지는 -00kg, 7개월에는 비키니 도전, 10개월에는 바디프로필 도전 등으로 확장해 나가는 겁니다. ‘영어’가 목표라면 3개월까지는 XX 학원 (△△ 온라인 강의) 빠지지 않고 출석하기, 6개월에는 토익 00점 이상 획득하기, 8개월 이후에는 원어민 친구 사귀기, 12개월에는 여행 브이로그 영어로 3편 이상 찍어 올리기 등을 목표로 삼는 겁니다.
생각보다 올해 목표 1개는 나에게 스트레스를 크게 주지 않으면서 이것마저 못 이루면 안 된다는 강한 동기부여도 줍니다. 그렇게 5년, 6년 같은 목표를 매년 쓰고 또 이루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매년 1개씩만 이루었어도 이미 5개 이상은 성취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올해는 욕심을 좀 내려놓아 봅시다.
우리 딱 한 놈만 패 봅시다.
ⓒ 금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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