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다시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이미 세속의 맛을 봤는데

by 금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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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후배가 고민 상담을 해왔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다시 수능 공부해서 한의사를 해볼까 고민이에요.


보통 사원-대리, 혹은 20대에서 30대 초반 정도에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학창 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일수록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열정적으로 회사생활을 해봤지만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하는 소위 ‘현타’가 강하게 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친구들일 수록 주변에서 아래와 같은 대답을 들을 것입니다.

“그래, 네가 거기 다니기는 아깝지.”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백세 시대에 지금 투자하는 게 낫지.”

“맞아. 확실히 전문직을 해야 해. 평생 밥벌이 걱정은 없잖아.”

모두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항상 저는 딱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 일단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이거 진짜 니가 원하는 거야?”


사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짜증 나서, 매일 쳇바퀴 돌듯이 지옥철을 오가며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져서, 자신이 그려오던 그런 회사생활이 아니어서, 빌런 동료나 상사에게 찌들어서, 혹은 어쩌다 듣게 된 지인의 성공스토리(?)를 들으니 자존심이 긁혀서 등 보통은 이러한 이유로 홧김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회계사, 변호사, 변리사, 의사, 한의사 등등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인정해 주는 전문직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하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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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누가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소식에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충동적으로 큰돈을 특정 주식에 몰빵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문직 공부는 쉽지 않습니다. 전문직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하던 것과 전혀 다른 업을 하고자 최소 몇 년 이상을 투자하는 일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사회에서 엄지를 치켜드는 직업일수록 희생해야 할 것들이 많죠.


특히 30대의 경우 일이년 공부하다가 갑자기 이게 아닌 것 같다고 다시 돌아서려면 취업난이 심각한 이슈인 이때에 굉장한 리스크를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홧김에 하는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의 손 때 묻는 꿈이 아니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가? 안 하면 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물어보고 확신을 가지고 시작해야 합니다.


저의 후배의 경우 서른 살이라 하더라도 수능을 다시 보고 대학에 가면 31살, 대학을 다시 가서 소위 한의사라는 타이틀을 달기까지 30대 후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물론 이것도 굉장히 젊지만 중간에 빠꾸 하기에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리스크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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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첫 번째와도 같은 맥락이지만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해. 너는 이미 회사를 다니면서 세속의 맛을 충분히 봤잖아. 욕하지만 따박따박 받는 월급으로 해외여행도 다니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예쁘게 꾸미고 주말이면 남자친구와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그런데 네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은 7년 가까이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 할 수 있어. 정말 너는 이런 것들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니? 이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런 것들을 모두 떨치고 내 꿈을 위해 갈 수 있다는 각오가 있다면 그만두고 해도 돼. 이 점을 스스로 솔직하게 잘 생각해 봐.”


사실 공부를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아주 소소한 것들입니다. 회사를 다니는 내 친구, 내 지인들이 매일 인스타에 올리는 사진들, 휴가철이면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가며 느끼던 설레는 감정, 친구들이 다녀왔다는 요즘 핫플레이스들 등등.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결혼했다, 임신했다, 출산했다.. 이런 것들에 흔들릴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부를 다시 할까?’ 하는 것도 그저 허영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사실 이러한 것들은 소소하지만 절대 소소하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에게 고된 하루를 버티는 힘이고 일상을 유지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나는 이러한 것들을 버리고라도 새로운 꿈을 위해 도전할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얘기해 준 사람은 선배가 처음이에요.”

그렇게 말한 후배는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했습니다.



몇 주 뒤에 다시 만난 후배에게 마음의 결정을 했냐고 묻자 해맑은 표정으로 후배가 대답했습니다.

“저 공부 안 하기로 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생각해 보니 제가 해마다 여행 다니고 남자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포기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저는 그만큼 한의사가 되겠다는 열망이 없었던 거죠. 지금이 싫어서 한 생각인 것 같아요.”


회사를 당장 때려치고 싶습니까? 사직서를 던지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를 권합니다.

그것은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가?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안락함과 향유하는 소소한 행복들을 기꺼이 포기할 용의가 있는가?



ⓒ 금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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