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ADHD가 아니더라고요?
남편과 청동이가 잠시 외출을 하고 돌아오고 저는 갓 태어난 홍동이를 집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돌아올 때 ‘아이스 라테’를 한잔 사다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쌓아놓은 포인트로 할인받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띠링, 제 포인트가 차감되어 할인받았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잠시 후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 들려 있었습니다.
“라테는?”
“엇, 앗, 아메리카노 아니었어?”
실망과 짜증에 인상이 구겨졌습니다. 심지어 저는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아메리카노를 사 먹은 적이 없습니다. 함께 사 먹을 때도, 부탁할 때도 늘 항상 아이스라테였습니다.
동네 카페에 들어가면서 ‘나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사 먹어야지~~’라는 자신의 생각에 빠져 제가 부탁한 것은 까맣게 있고 ‘아메리카노’ 두 잔을 사 온 것입니다. 하루 종일 갓난쟁이랑 씨름하고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부탁한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다니 너무 짜증이 났습니다.
속상한 엄마의 마음을 눈치챈 유치원생 청동이가 갑자기 책상에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들고 오더니 뭔가를 적습니다.
<아빠, 시원한 라테 사 와요. 제발요!!!!!!!>
커피를 그린 그림과 함께 문구를 적은 종이를 반으로 접더니 아빠의 왼쪽 주머니에 넣어줍니다.
아빠, 내가 왼쪽 주머니에 종이 넣어 놨으니까 다음번에 또 까먹으면 이거 봐. 주머니에 손 넣었는데 없으면 포기하지 말고 다른 주머니도 찾아봐. 알겠지?!
그래.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산다. 우리 사랑스러운 아들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남편이 들어오고 나가면 신발장이 난리가 납니다. 자기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신발도 밟고 밀쳐 아수라장이 됩니다. 하지만 청동이는 그런 신발장을 정리를 합니다.
"에휴, 아빠가 또 엉망으로 만들어놨어!"
옷방에는 옷걸이가 있는데도 늘 옷가지가 의자며 책상이며 여기저기에 여러 개가 겹쳐있고 가방이나 짐은 보따리 보따리 여기저기 흩어져있습니다. 10년 가까이 말을 해도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청동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옷을 벗어 갭니다. 혹시라도 어린 동생에게 나쁜 세균을 줄까 봐 말하지 않아도 손과 발을 깨끗이 씻습니다. 공부하기 전에는 책상을 깨끗이 정리합니다. 그래야 집중이 잘된다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남편이 있는 자리는 늘 어수선합니다. 같은 ADHD라도 참으로 다릅니다.
아마도 청동이는 제가 회사에 나가서 일하는 동안 화장실이나 베란다에서 언제든 굴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늘 정돈되어 있는 친정에서 자라 보고 배운 것이 머릿속에 각인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반면 시댁에 가면 늘 어수선하고 온 집에 보따리 보따리가 쌓여있고 냉장고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전혀 모를 시커먼 봉지가 가득합니다. 설거지대는 곰팡이가 피어있고 드라이를 하고 난 후 머리가 굴러다녀도 그대로 둡니다.
남편과 아들을 보면서 환경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습니다. 같은 ADHD라도 어릴 적부터 습관이 되면 정리 정돈할 수 있고 청결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것이지요.
남편은 쇼츠를 한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봅니다. 드라마나 영상을 보다가 놓치면 세상에 큰일이 난 것 마냥 짜증을 냅니다. 청동이는 어린 나이지만 엄마랑 약속한 시간만큼만 보면 TV를 끕니다. 엄마가 홍동이를 재우느라 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싶은 간식도 약속한 개수까지만 먹습니다. 더 먹으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건강검진에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주의해야 한다고 하고, 건강에 해롭다고 머리로는 이해해도 매일 야밤에 끓여 먹는 라면을 끊지 못합니다.
‘청동이는 다행히 나랑 다른 것 같아.’
어느 날 남편이 중얼거린 말입니다.
우리 아들, 잘 크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금난화
이 글은 작가의 실제 경험 기반의 창작물입니다. 무단 복제·도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