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금인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팀원이 불만이고, 고과가 불만이신가요?

by 금난화

가까운 지인 L씨가 고민을 토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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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차장인 L씨는 늘 회사 팀원과 불화가 있습니다. 항상 팀 내에 이상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늘 상사인 팀장에게 불만이 있습니다. 팀을 이동하면 처음 3개월 동안은 너무 좋다고 하다가 6개월이 안돼서 불만이 쌓이고 다툼이 있거나 인간관계가 매끄럽지 못해 위장병이 도집니다.


처음에 한두 번은 운이 나빠서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 번 이상 반복된다면 원인은 다름 아닌 본인에게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도대체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을까요? 친구 셋이 여행을 가도 한 명은 마음에 안 들기 마련입니다. 동아리에 들어도 불편하고 이상한 사람이 있습니다. 하물며 이해관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회사라는 집단에서 만난 팀원들이 모두 마음에 쏙 들 확률은요? 저는 이 확률이 로또 맞을 확률만큼 낮다고 생각합니다.



L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켜본 결과 L씨는 빠릿빠릿하고 눈치가 빠르며 친근한 성격이 아닙니다. 오히려 립서비스에는 젬병이고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고 다만 일을 열심히 하는 타입입니다. 하지만 차장 이상이 되면 실무 능력은 그냥 베이스(Base)입니다. 조직관리능력, 아랫사람을 다루는 능력, 일을 분배하는 능력, 윗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눈치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능력, 윗사람들의 심기를 파악하고 현재 주요한 아젠다가 무엇인지 캐치하여 발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 등 이런 것들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사원부터 과장까지 천사 같은 혹은 보살 같은 상사들을 만난 탓에 조금 느리고 굼뜨고 비효율적인 업무습관도 크게 지적받거나 마음상하는 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솔직히 저라면 답답해서 한소리 했을 일도 혹은 저의 사원 대리 시절이었다면 악랄한 상사에게 갈굼을 당했을 일도 그는 없었습니다. 너무나 평탄하게 조직생활을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와 조직 적응력 스킬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L씨가 입에 거품을 물고 불만을 토로한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이번에 한 일이 많고 성과만 보면 S를 받았어야 하는데 연말평가에서 B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팀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주었고 심지어 자신과 싸운 선임에게도 좋은 평가를 주었다고 합니다. 불만인 그는 인사팀에 고과정정신청을 하였다고 합니다. 자, 여러분 L씨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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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인사팀에 이야기한 핵심 원인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팀 내 불화로 분위기 저해. 그로 인해 같이 업무를 못하겠다고 하여 별도 분리하여 업무를 지시했어야 함>

L씨는 이것은 규정상 업무평가에 반영될 항목이 아니라고 또 분노하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L씨가 참 철딱서니가 없고 대리급 사고에 머물러있구나 싶었습니다. 팀장입장에서 가장 짜증 나고 싫은 팀원이 누구일까요? 바로 팀 내 융합을 저해하는 사람입니다. 혼자 잘났고 보고도 따박따박 안 하고 혼자만의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입니다. L씨는 자신의 가장 큰 문제점을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고과평가는 학교의 중간기말고사의 채점 정정 요청을 할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고과권자 주관적 평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상사에게 넌지시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인사팀에 바로 신청하는 것은 고과권자에 대한 도전이고 팀장으로서는 모욕적이고 공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행여 고과가 수정된다고 해도 (그럴 가능성은 10% 미만으로 봅니다.) 과연 한 팀에서 앞으로 같이 근무할 때 고깝게 보지 않을 이가 있을까요?


L씨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이 팀에는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발 빠르게 다른 팀장에게 컨택하여 그 팀으로 이전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동하기로 한 팀에서는 결국 그를 받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고 사실 임원과 친한 현재 팀장의 입김이 작용하여 그는 낙동강 오리알의 신세가 된 것과 다름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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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모든 과정을 바라본 저의 의견은 ‘한심함’이었습니다. 네, 투명하고 공정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고과평가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100% 그런 평가가 존재할까요? 누군가에게는 공정한 평가가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평가로 여겨지는 것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회사는 시험문제 풀듯이 딱딱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생활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일들도 존재합니다. 가령 예를 들어 ‘팀장이 아랫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단도리 치는 일’이라고 하면 어떻습니까? 코웃음 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사실 이런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먼저 자처해서 악역을 맡아줄 사람, 조직 내에 필요합니다. 즉 자로 잰 듯 딱딱 객관적인 잣대로만 평가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또 여기저기 발이 넓고 친화력이 좋아 다른 부서의 정보를 쏙쏙 잘 뽑아와 내 귀에 속살거려 주는 직원'은 어떻습니까? 꼴 보기 싫은 동료인가요? 아니요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사실 내가 지시한 업무를 밤새서 하는 직원도 필요하고 소중한 자산이지만 위의 직원도 정말 큰 자산입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닙니다.



제가 L씨에게 한 조언은 팀장에게 무릎 꿇고(진짜 무릎 꿇는다는 뜻은 아닙니다ㅎㅎ) 사과하라였습니다.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팀장은 지내면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L씨를 좋게 보지 않았고 자신이 팀장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직원이 있었으며, L씨에게 귀찮고 힘든 일을 몰아줄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던 직원이 이번에는 이런 이벤트를 벌였으니 현재 회사 사정상 오지로 귀양살이 보낼 것이 자명했습니다.


결국 L씨는 팀장에게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 잘못했다.’라고 사과를 하였고 팀장은 (아직 마음속에 앙금이 있겠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 잘해보자.’라고 하며 오지로 귀양살이 보내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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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는 곳마다 회사 내에서 어떤 사람이 너무 싫고 회사에 가기도 짜증 나고 신경이 거슬린다면 자신이 문제이지는 않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고과권자에게 함부로 덤비기 전에 나에게 부족한 스킬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상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십시오. 그리고 지금 너무 힘든 상사들 속에 있어 맞추기 힘들다면, 차라리 사원, 대리, 과장일 때 이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제 경험상 L씨는 앞으로 변화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조직적응력은 초기에 우여곡절을 겪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 금난화

이 글은 작가의 실제 경험 기반의 창작물입니다. 무단 복제·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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