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너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오늘 도토리를 심지 않았는데 도토리 나무가 자랄리 없습니다

by 금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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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너무 공감 가고 ‘웃프다’라고 해야 할까요, 마음에 참 많이 와닿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가난한 결혼을 선택하면서 서울에 자가도 없는 더 비루한 처지입니다만,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또 어쩔 수 없이 밀려나 회사를 떠나는 많은 상사들을 보면서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자주 하게 됩니다.



‘띠링’ 택배 도착 문자를 받고 거기에 뜬 저장명이 “00 팀장님”이라 너무 놀랐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택배일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회사에서 너무 높게만 보였던 팀장님이 회사를 나가 택배일을 하신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는 글쓴이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0대 후반 이상 되는 상사들이 모이기만 하면 “닭집 차려야지 뭐”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고는 했습니다. 회사가 주는 인프라를 걷어내면 당장 요긴하게 나와 식구들을 먹여 살릴 기술도 재주도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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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다를 게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아무리 인정을 받은 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다면 당장 내 가치를 증명하며 현재 받은 수입만큼 아니 그 절반이라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참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기도 하였습니다.



20대에 회사에 취직을 하면 일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30대가 되면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인생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벤트들(임신과 출산, 이직, 이사 등)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 ‘쎄 빠지게 살았는데 정작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하는 중간정산하는 타임이 오게 됩니다. 그리고 급한 마음에 주식, 부동산 등 각종 투자에 뛰어들고 이것저것 손 대보기 시작합니다. 이때라도 자각하면 그나마 빠른 편입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 짓거리하면서 살아야 하나’ 회사일에 현타를 느끼며 때려치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과 ‘회사에라도 못 다니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도 교차되는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계속 보고 또 보기 때문입니다.



네, 냉정하게 말하면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치 적인 양 째려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경기가 힘들어도 매월 꼬박꼬박 월급을 주지 않습니까? 그리고 실제로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업계 최신 정보도 얻고, 인간관계술, 영업력, 기획력, 문서작성 능력, 마케팅 기술 등등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깨어있는 정신’과 ‘나태한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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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같은 월급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 생활이 마치 영원할 것 같은 마음으로 다음 달에 들어올 월급을 생각하며 카드를 긁습니다. 오늘의 즐거움에 대한 대가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죠. 그리고 하루하루 출퇴근을 반복하다가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주말과 휴가기간에 플렉스 합니다. 그렇게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는 것입니다.



적어도 6개월의 생활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내가 얼마큼의 지출로 생활이 가능하고 어디에 낭비와 사치가 심한 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십 년을 내다보며 하루에 30분, 1시간이라도 미래의 내가 회사를 떠나서도 먹고살 수 있는 일에 그리고 가급적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부동산, 주식 등에 관심을 일찍부터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나에게 투자하며 소득원천을 여러 채널로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운 좋게 채널이 한 번에 만들어지거나 빵 터지는 것은 정말 드문 일입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엄청난 요행이나 운은 나를 잘 비껴가지 않던가요? 언젠가 사주를 보니 저의 사주에는 귀인이 없이 홀로 서는 자수성가형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이를 맹신할 것은 아니지만 귀인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내가 하는 만큼 정직하게 돌아오니 그 얼마나 좋단 말입니까!



오늘 도토리를 심지 않는데 5년 뒤, 10년 뒤 도토리나무가 자랄 리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해봐야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도 압니다. 회사에서는 열심히 하되, 단지 회사 소득에만 매몰되어서는 곤란합니다. 회사에 뼈를 갈며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충성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나는 오늘의 나에게 충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아야 합니다.




ⓒ 금난화

이 글은 작가의 실제 경험 기반의 창작물입니다. 무단 복제·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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