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육아휴직이 킬 포인트이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제가 다닌 회사는 무급으로 임신이 확인되면 산전휴직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업무 강도가 살인적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임신한 상태로 지속할 수가 없어 저는 상사들의 아쉬움을 뿌리치고 휴직을 하였습니다. 휴직을 하고서 몇 달간은 심한 입덧으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이온음료만 마시며 간신히 숨을 쉬었기 때문에 휴직을 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옥 같은 입덧 시기를 지난 후,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고등학교 때부터 버킷리스트에 있던 ‘사랑하는 친구에게 초상화를 그려 주기’를 실행하기 위해 미술을 다녔습니다. 아직 속이 좀 울렁거리는 상태였지만 너무 행복했습니다. 새도 그리고, 강아지도 그리고, 연예인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저의 절친한 친구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격증 공부를 하였습니다. 1차, 2차를 모두 합격해야 하는데 2차 시험일이 거의 40주 차에 임박해서 있었습니다.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공부를 하였고 출산 3일 전에 마지막 시험을 보고 합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직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토익과 오픽 시험을 미리 봐두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고사장이 중학교였는데 좁은 의자에 배가 눌려 힘든 상태로 시험을 보고 뒤뚱뒤뚱 만삭의 배로 핸드폰을 가지러 앞으로 나가던 때를요.
하지만 출산을 하고서는 잠자고 먹는 것도 버겁기 때문에 한동안의 기억이 없습니다. 100일이 지나고 5개월, 6개월이 되어 조금 살만해지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한 두 시간의 여유가 생겼고 그때 집 앞 헬스장을 가거나, 스페인어 학원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둘째를 낳고 첫째와 둘째를 동시에 케어하면서는 위와 같은 일들을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둘째가 잠자는 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첫째의 숙제를 봐주거나 요리를 하는 등 할 일이 계속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첫째 산전휴가 및 육아휴직 때가 일하는 여성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첫 번째 육아휴직 때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그냥 이 시기에는 푹 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이 글을 스킵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 시간 동안에 무언가 남는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신다면 아래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선 무언가를 정말 하기를 원한다면 산전휴가 때가 가장 베스트입니다. 육아휴직을 최대한 당긴다면 그래도 두어 달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의욕에 불타 많은 것을 계획해서는 이도저도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몸이 무거워지고 계절에 따라서 쉽게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컨디션에 따라 혹은 뱃속 아이의 상태에 따라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을 하나만 골라서 하세요. 그림을 그리든, SNS 작업을 하든, 요리를 하든, 공예를 하든 무엇이든 바쁜 회사생활을 하느라 못했지만 시간이 조금만 난다면 하고 싶었던 일을 하십시오. 그래야 후회가 없습니다.
이것 기웃 저것 기웃하다가는 어영부영 아무것도 못하고 눈 깜짝할 새 시간이 흘러 정작 아이 키운 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물론 그 자체로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인생에 다시 안 올 이 시간을 조금은 나를 위해 귀히 여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보다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 그게 누군가 비웃음을 지을 것 같은 일이더라도 그냥 하세요.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하십시오. 막상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 무엇이든 정말로 가슴속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십시오. 망하면 어떻습니까. 잠시 긴 휴가를 가졌다고 생각하면 될 것을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뭔가 미래에 대한 압박감과 이직 준비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만삭 상태로 토익시험을 보기도 하고 출산하기 거의 2~3일 전에 자격증 시험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통계 자격증이었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고득점도 받고 한 번에 합격하기는 하였으나 지금까지 영 쓸모가 없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영상 편집기술이나 포토샵을 공부했더라면 부업이나 취미생활을 하는데 좀 더 용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든, 취미생활이 든 간에 실제로 내가 많이 쓸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득이 됩니다. 그리고 혹시 압니까? 이 시기의 연습하고 경험한 것들이 몇 년 후 회사를 떠나 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주춧돌이 될지요.
다만 출산하고 2시간 혹은 4시간마다 먹이는 시기를 지난다 하더라도 아이 낮잠시간 1~2시간 정도가 내가 융통할 수 있는 시간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호흡을 조금 길게 가져가야 합니다. 남편이 일찍 퇴근하여 아이를 케어해 줄 수 있다면 좀 더 여유롭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매일 한두 시간 짬짬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획하여야 스트레스를 가중하지 않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모를까, 육아휴직이 영원하지 않습니다. 임신기간 동안 쪘던 살도 빼고, 복직했을 때 퍼져있는 인상을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은 다이어트 자체가 아니라 임신기간에 생긴 식습관과 생활습관입니다. 먹는 양을 다시 조절하고 입에 밴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하여 강박적으로 몸무게를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하면 태어나는 아이가 비만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먹고 자고 게으르게 누워 생활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합니다. 아이 낳고 나면 쫙 빼야지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출산하고 살이 다 잘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체중이 쉽게 돌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체질적으로 살이 잘 빠지지 않고 체형이 쉽게 돌아가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리 과도하게 체중이 늘고 근육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면 출산 후 훨씬 쉽게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복직할 때 이전에 입었던 옷을 입고 싶잖아요. 다시 예쁘게 세팅하고 출근하고 싶은 마음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신과 육아로 힘들다고 야식 먹고 시간만 나면 누워서 OTT나 유튜브를 보며 생활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역시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방전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시간만 되면 누워있고 싶고, OTT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한여름 혹은 한겨울이면 산책이라도 나가 바람이라도 쐬고 싶은데 나갈 수 없어 마음이 우울해지고 보상심리로 무언가를 계속 먹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괜찮습니다.
다만 딱 한 가지 남들에게 이야기하기에 어처구니없다 싶은 것이라도 나를 위한 것 한 가지만 30분이라도, 1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어 해보았으면 합니다. 그 자체로 마음의 양식이 되고 일과 관련이 없어도 막상 복직할 때 두렵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어보다 ‘나 다움’을 잃지 않게 합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저도 이 시기를 통해 오랫동안 묵혀왔던 버킷리스트를 수행하기도 하고 이후 수월하게 이직도 하였습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 금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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