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렇게 힘들게 애 키우나?

ADHD를 의심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by 금난화

때는 겨울, 아이가 5세였을 때였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장소를 대관하여 재롱잔치를 하였고 얼마나 귀여울까 부푼 마음을 안고 남편과 함께 자리에 앉았습니다. 꽃과 응원봉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5세 공연이 시작되고 저와 남편은 얼굴이 화끈거려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곤욕이었습니다. 일단 무용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이 분명했고 (아이가 그 당시 감기가 심해 많이 결석한 것도 있긴 합니다만), 문제는 앞줄에 있는 여자애가 춤추다 보니 조금 뒤로 오게 되었는데 공연 중인데도 저희 아이가 그 여자아이를 계속 미는 것이었습니다. 결국엔 보조선생님이 무대에 올라와 청동이를 뒤로 끌고 갔죠. 그리고 그날의 극적 행동은 더 있었습니다. 영어로 짝꿍과 질문과 답변을 하는 것이었는데 짝꿍이 “What do you like?”라고 하자 갑자기 청동이가 “월월!!” 하고 개 짖는 소리를 한 것입니다. 그날은 아직도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adhd를 잠깐 의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곧 ‘아니겠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저는 워킹맘이라 친정 부모님께서 아이를 돌보아 주셨는데, 엄마에게서 듣는 말이 “애가 맨날 자기 반에 안 있고 선생님이 아기 반에 데려간다더라”였습니다. 아이가 아기를 좋아하니까 그 반에 자주 놀라 가나보다 했는데, 수업에 방해가 되니 아이를 쫓아낸 것이었습니다. 당시 회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빠질 수가 없어 친정 엄마가 6세가 되기 전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상담을 하였는데, 아이를 문제아, 모지리, 센터에 보내야 하는 애로 이야기하여 화를 내고 오셨다고 합니다. “우리 딸이 학교 다니면서 매일 전교 1등만 했는데, 지금 내 손자를 저능아로 취급하는 겁니까!”라고 하자 ‘친구들이 다 연필을 잡고 글을 쓰는데 얘는 아직도 연필을 이렇게 잡아요. 그때 공연 보고 엄마가 뭐라고 안 하던가요?’라고 조롱하듯 말한 선생님에 대한 분노는 아직도 저희 가족에게 잔잔히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그 어린이집을 나와 유치원으로 옮겼습니다.


유치원에서도 문제가 계속되었습니다. 아이가 혼자 공룡소리를 내며 공룡 흉내를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흥미 있는 것이 아니면 수업에 집중을 잘 안 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학부모 참여수업 중에 유치원에서 미술관에 방문하는 것이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앉아서 선생님의 그림설명을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는데 저희 아이만 옆에, 뒤에 친구들에게 공룡소리를 낸다든가 친구들이 반응을 하지 않자 혼자 브라키오사우르스가 풀을 뜯어먹는 흉내를 내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창피하던지요. 당장 머리채를 잡고 끌고 나와 소리를 지르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언어능력이 뛰어났고 기억력이 남달랐습니다. 학원에서 배운 것도 아닌데 그림을 수준급으로 그리기도 하였고, 혼자 앉아서 책을 10권도 넘게 집중해서 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자기 고집이 강했고 늘 했던 방식대로 익숙한 것을 고집하였습니다. 무서운 것, 걱정되는 것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말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끊임없이 주저리 주저리 하고 질문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숙제를 시킬 때는 하나 완료하기가 너무나 힘이 들고 진이 빠졌습니다. ‘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애써 부인해 왔습니다. 그저 일정 영역이 조금 성장이 느린 아이일 뿐이라고, 그렇게 저의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그러던 7세 가을. 유치원 학부모 상담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머니. 혹시 아이 ADHD를 의심해 본 적 있으신가요?” 담임선생님 말씀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청동이가 등원하여 가방정리를 하는데 20분 이상 걸리고 친구들을 보면 할 일을 잊고 정신이 팔린다는 것과 양치를 할 때 계속 물컵과 치약을 동시에 들고 어쩔 줄을 몰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활동을 하다가 멈추고 모여야 할 때 제때 모이지 못하고 놀이시간 외에도 지루하면 홀로 독백처럼 혼자 공룡이나 포켓몬 흉내를 낸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겨울 소아정신과를 찾았고 풀배터리 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과는 충동성이나 과잉행동은 없지만 정신이 산만한 아이였고 아이큐 130 이상 추정되는 고지능-주의력결핍형 ADHD였습니다. 그나마 양육방식이나 엄마와의 의사소통으로 아이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있는 상태였고 특이하게도 자제력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의사는 약을 권유하였고 그 약을 받아왔지만 집에 와서 한 달이 지나도록 약을 먹이지 못하였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우려하는 부작용과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인정할 수 없는 부인의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남편도 ADHD검사를 하였는데, 남편도 주의력결핍형 ADHD였습니다. 다만 남편은 아이와 다르게 충동성이 있었습니다. 그제야 제 결혼생활동안 너무나도 힘들었던 수많은 것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혼자 외롭게 버티고 싸우고 있었고 그래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더 지난 후에야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쯤) 최소한의 용량을 복용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현재 두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 시기를 놓치면 남편과 같이 성인이 되어서도 영구히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는 제 인생에 원하지 않는 숙제를 하나 더 갖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ADHD 가족과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좌충우돌 사건과 저의 노력들을 조금은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기록하는 과정입니다. 부디 이 글이 저와 비슷한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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