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더 비싼 디저트

허리 치수를 자기 키의 절반 미만으로 관리하려면…

by Rosary

나는 배달음식을 먹거나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끼니를 요리해서 먹는다. 덕분에 식비를 많이 아끼고 있지만 엉뚱한 곳에 지출이 높은 편이다. 바로 디저트 비용이다. 이건 지극히 지정학적 위치의 영향이 크다. 동네에 사 먹을 만한 이렇다 할 식당은 없는 반면 디저트 맛집이 너무 많이 포진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곳인 줄 알았으면 이곳으로 이사 오는 건 고민을 해봤을 텐데 동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이 온 게 큰 실수였다.


원래 식성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편이지만 한식을 가장 좋아했다. 어머니가 음식 솜씨가 좋기도 하셨고,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 집안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삼시세끼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집밥에 익숙했고 가장 맛있는 메뉴였다. 그런 내가 디저트에 진심이 된 건 1인 가구가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혼자 포장해 올 만한 식사 메뉴는 마땅치 않은 반면 디저트는 고르기만 하면 무궁무진한 것이다.


직장인들도 밥보다 비싼 디저트를 먹는 경우가 있을 텐데 직장인들에게 점심이란 식당에서 빨리 해결하고 식사 후 카페에서는 느긋하게 커피나 디저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면서 과자를 먹는 게 익숙해진 나는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케이크나 스콘을 사는 일이 많은데 동네에 애증의 수제 디저트 맛집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골라 먹는 재미를 포기 못하고 있다. 사장님들도 어찌 그리 다들 친절하신지...


배가 불러도 디저트 들어갈 배가 따로 있다는 말이 실감 나는데 몇 년 전에 읽었던 『비만 코드』에 이런 현상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있다. 고도로 정제된 식품과 가공 식품은 포만감 호르몬의 분비를 촉발시키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두고 중독됐다고 할 때 그 대상이 되는 음식은 피자, 빵, 쿠키, 초콜릿, 감자칩 같은 음식들이다. 누구도 사과, 시금치, 생선에 중독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 맛있는 음식이지만 자연식품은 중독을 유발하지 않는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식사 후 즐기는 디저트를 딱 끊어내기가 영 쉽지 않다. 디저트를 끊으려면 커피를 끊어야 하는데 그게 참 녹록지 않다. 아쉬운 대로 디저트 양을 줄이고는 있지만 먹으면서 위안을 느끼는 탄수화물은 너무 유혹적인 존재다. 세치 혀에 말초적인 즐거움으로 우울감을 이겨내는 게 뭐가 나쁜가 스스로 정당화시키고 있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은 허리 치수를 자기 키의 절반 미만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는데 디저트를 끊지 못하면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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