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까지 달릴 때 뒷감당도 생각해 보는 걸로…
어젯밤 오랜만에 혼자 술잔을 기울였다. 동네 두부가게에서 서비스로 주신 도토리묵이 너무 맛있길래 술 한잔 하려고 생각해 보니 와인과 맥주뿐이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어서 난감했는데 성묘 때 가져갔던 청하 한 병이 남아있는 게 기억이 났다. 막걸리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청하 정도면 영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딱 석잔 기분 좋게 마셨다.
치맥 할 때를 제외하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초기 잠이 안 오길래 와인을 마시면 도움이 될까 싶어 한두 잔 마시기 시작했더니 이러다가 술에 의존하게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두 병 정도 마셨을 때 그만 두었다. 그리고는 가끔 고기반찬 있을 때 한 달에 한두 잔 마시는 정도가 내 음주생활의 전부다.
1인 가구는 술에 취약해질 수 있다. 하루의 피곤을 간단히 풀기 위해 편의점에 들러 만원에 맥주 4캔 을 사들고 퇴근하는 혼술족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만 원어치 맥주를 1주일에 한두 번만 냉장고에 채워도 한 달이면 캔맥주 30개 이상 거뜬히 마시게 되고, 와인도 한두 잔 마시다 보면 1주일에 한병 비우는 건 일도 아니다. 술에 의지해서 잠자리에 들면 습관이 되기 쉽고, 어느새 술 한잔 안 마시면 잠들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술 마시면 ‘꿀잠’을 잘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음주 후 잠자는 것은 오히려 수면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한다. 술을 마시고 6시간쯤 뒤에 알코올이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각성을 일으켜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상태를 만들고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침에 숙취에 따른 두통에 시달리는 이유가 제대로 잠들지 못해서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음주에 대해 여전히 관대한 시선일 때가 많다. 흡연 장면은 퇴출된 지 오래지만 맛깔나게 술 마시는 장면은 모든 드라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렇다고 음주 장면을 퇴출하자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고민할 때나, 고백할 때나, 좌절할 때나 너무 쉽고 편리하게 음주 장면으로 상황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음주에 둔감한 사회 분위기지만 범죄와 사고는 ‘술’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강력범죄는 늘 음주와 함께 일어나고 있으며, 과음으로 정신을 잃고 길에서 쓰러져 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음주운전으로 본인 인생과 타인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특히 가정폭력은 과음 후 벌어질 때가 많다. 범죄나 사고를 저질러놓고 술핑계 대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술이 무슨 죄인가, 절제하지 못하고 과음하는 사람이 문제지. 심지어 본인이 술 마시면 상습적으로 실수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과음하는 습관을 반복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한다. 술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저 사람은 술만 안 마시면 착한 사람인데”라는 말처럼 무책임하고 공허한 평가가 있을까.
한잔해, 두잔해, 세잔해 하면서 갈 때까지 달릴 때 뒷감당해 줄 사람이 없는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술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절주가 안된다면 아예 술을 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퇴근 후 한두 잔 마시는 술에 중독이 되면 벗어나기 힘들어질 수도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