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하이볼

잦은 혼술은 경계함이...

by Rosary

하이볼을 언급하거나 레시피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하이볼의 갑작스러운 인기가 낯설기만 했는데 최근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하이볼을 만들 수 있는 위스키 행사까지 종종 진행되는 걸 보니 이건 또 무슨 유행인가 싶었다. 레이먼드 챈들러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자주 등장해서 익숙한 술이지만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 먹는 칵테일의 한 종류인 하이볼이 이렇게 인기 있을 일인가 신기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이볼에 대한 이미지는 뭔가 ‘아재 느낌의 술’이었는데 각종 미디어에서는 하이볼의 유행을 MZ 세대가 이끌고 있다고 풀이하는 걸 보니 괴리감마저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1인당 알코올음료 소비량은 2017년까지만 해도 8.7ℓ였던 것이 2020년 7.9ℓ까지 떨어져 완연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주종은 단조로운 편으로 맥주, 소주가 대세에, 전통주(막걸리), 기타(와인, 위스키) 주류가 일부 소비되는 정도다.


하이볼의 인기는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코로나로 모임이 올스톱되면서 여럿이 함께 즐기던 음주 문화가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음주 문화로 바뀌게 된 계기를 제공해 준 것 같다. 알코올 의존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면 혼자 취할 때까지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기분 좋게 한잔 하는데 하이볼은 적합한 술이다. 소설을 읽을 때는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았는데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의 마츠다 부장이 하이볼을 맛깔나게 마시는 걸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역시 눈 앞에서 보는 효과가 대단하다.


그런데 하이볼의 함정은 경계해야 한다. ‘가볍게 한잔’을 매일 마시는 건 위험하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201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최종일 교수팀이 주 당 섭취한 알코올의 양보다 주 당 알코올을 섭취하는 횟수가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이 주 1~2회 마시는 것보다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높고, 한 번 많은 양의 술을 폭음하는 것은 심방세동 발병 위험과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2021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유정은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신동욱 교수 연구팀이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수검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과음을 하는 것보다 음주의 빈도가 소화기암 발생에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매일 음주하는 경우 소화기암 위험이 39% 증가한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음주는 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적은 양이어도 매일 조금씩 마시는 술은 알코올성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인다.


하이볼의 알코올 도수는 10도 정도라고 보면 결코 얕잡아볼 수준은 아니다. 하이볼의 매력에 빠져있더라도 너무 자주 마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피곤하고 해로운 존재라는 것은 기억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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