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일단 병원부터...
며칠 전부터 눈꺼풀에 경련이 느껴지고, 두통이 있는데 뇌동맥류 의심 증상일 수 있으니 당장 병원에 가보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겁이 덜컥 났다. 종합병원 신경과 예약은 1주일 이상 기다릴지도 몰라서 각오를 하고 전화를 했는데 바로 다음 날 진료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정말 당장 병원에 갔다. 같이 사는 사람이 없는 1인 가구는 갑자기 쓰러질 수 있는 뇌혈관 질환이 제일 무섭다. 젊은 나이에 혼자 있다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유명인의 뉴스를 볼 때마다 뇌혈관 질환이 정말 무섭구나 싶어서 신경이 쓰이던 차였다.
진료실에 들어섰는데 나의 증세와 걱정을 말하기가 머뭇거려질 정도로 선생님 얼굴에 피로가 가득해 보였다. 이것저것 물어보시던 선생님은 마그네슘 부족 같은데 영양제는 부작용이 따를 수도 있으니 일단 견과류를 충분히 섭취해 보라는 간단한 처방을 했다. CT를 찍어야 하나, MRI를 찍어야 하나 고민을 안고 병원을 찾았지만 며칠은 못 잔 것 같은 피곤한 얼굴의 선생님을 보니 다른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그냥 ‘네, 알겠습니다.’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병원에서 만난 수많은 의사들 중에 괜찮으시냐고 물어봐야 할 것 같이 의사 안색이 그렇게 안 좋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진료실을 나서 대기 중인 환자들을 보니 많이 불편해 보이는 분들도 있고, 입원환자도 있었다. 나처럼 건강 염려증으로 온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제야 이곳이 상급종합병원이라는 게 실감이 났고, 이렇게 아픈 분들을 매일 대하다 보면 의사나 간호사들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심리적으로도 힘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1년에 한두 번쯤은 병원을 찾게 되는데 그때마다 대체로 친절하게 대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을 볼 때마다 참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나서는데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신호를 주길래 치킨집으로 향했다.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니 바로 신호를 보내는 정직한 몸의 주인공이 바로 나란 사람이구나. 매운 걸 먹어야지 기운이 나겠다 싶어서 매운 치킨을 사 와서 양배추, 파프리카 샐러드를 만들어 뚝딱 먹어치웠더니 두통이 날아가버렸다. 아 참 쉽고 단순한 몸이로구나. 진료비 10,800원, 치킨 12,900원 합계 23,700원이 보람 있는 지출이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