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가 겁난다면 막 퍼주는 집으로...
살림에 관심이 없거나 오랜만에 장을 본 분이라면 영수증을 확인하면서 깜짝 놀라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니 뭐가 이렇게 비싸… 1인 가구인 경우, 외식이 싸다고 생각해서 직접 음식 해 먹는 걸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큰맘 먹고 비싼 채소를 샀다가 시들거나 물러져서 못 먹고 버리는 경험을 하면 쇼핑 리스트에서 빼버리게 된다.
일단 채소를 구입할 때 잎채소보다는 단단한 뿌리채소 위주로 사기로 한다. 당근, 감자, 양파… 뭐 이런 것들이다. 이런 것들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싹이 나고 곰팡이가 생겨서 못쓰게 될 수 있는데 일단 사 온 후 바로 냉장고에 넣지 말고 햇빛에 최대한 잘 말린 후 상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요즘엔 인터넷 장보기가 일반적이지만 인터넷 쇼핑으로 싱싱한 채소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 장보기의 핵심은 소량 구입인데 인터넷 쇼핑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소량 포장된 제품은 훨씬 비싸다. 특정 요일에 임시로 열리는 알뜰장이 조금 낫긴 하지만 거기도 비싼 편이다. 일단 동네를 돌아다녀본다. 그럼 어느 구석인가 채소 가게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박리다매’의 정석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동네 채소 가게라고 모든 물건이 저렴한 건 아니다.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날마다 물건마다 가격이 달라진다. 그런 채소 가게에서 장 보는 방법은 사고 싶은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싼 물건을 산다. 오늘은 파프리카 1 봉지에 천 원인데 며칠 전엔 딸랑 2개에 천 원이었다. 사려고 한 물건은 비싸고 생각하지 않았던 물건이 싸면 어떨 때는 애초에 사려고 한 물건을 하나도 사지 않고 엉뚱한 것들만 산 적도 있다. 주의할 점은 싸다고 절대 많이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버리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오늘은 양파가 떨어져서 사러 갔는데 1 봉지에 2천5백 원, 감자도 1 봉지에 2천5백 원이길래 집어 들었고, 꽈리고추 1 봉지에 2천 원, 파프리카와 깻잎이 각 1 봉지에 천 원, 한라봉 9개에 5천 원 총 1만 4천 원으로 장보기를 끝냈다. 대형 마트에서 이만큼을 사려면 두세 배 정도 지출해야 할 것이다. 채소 가게를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도 있다. 첫째, 박리다매인만큼 물건이 일찍 빠지기 때문에 오후 2시 이후에는 사고 싶은 물건을 사기가 어렵고 물건이 다 팔려나가면 일찍 문을 닫을 때도 있다. 둘째, 현금만 받는 경우가 많다. 셋째, 일요일은 쉰다.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은 토요일만 가능하겠다.
처음 독립해서 살 때 동네에 지금은 철수한 월마트가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카트에 이것저것 담다 보면 예산을 초과하기 일쑤였고, 불필요한 것들도 많이 사곤 했다. 요즘은 대형마트에 가도 카트는 이용하지 않는다. 물건을 담으면 무게가 인식되는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게 충동소비를 막을 수 있다.
그동안 인터넷 쇼핑과 대형 마트에서만 장보기를 했다면, 눈을 크게 뜨고 동네 채소 가게 한번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득템의 기쁨을 만끽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