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키지 마

기회비용은 생각하지 않는 편

by Rosary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일을 하려는 사람…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사람인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다. 허황된 욕심을 부려본 기억이 거의 없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이상과 꿈을 좇기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담아두지 않는 편이다.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고 돌아보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으려고 했던 경향도 있었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 돌이켜보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환경과 지나치게 빠른 눈치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자녀 둘을 대학공부를 시킨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최선을 다했다고 여겼고, 꿈을 찾는답시고 뭉개고 있을 염치가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에 크게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망설이지 않고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을 싫어하고 못하는지 분명했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이런 성향은 인생을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데 매우 편리했지만 주변에서는 정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으리라. 그런데 내 인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만한 여유가 없었고,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나에 대한 이상이 높지도 않았고, 기대가 크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운이 따라서 직업을 선택할 때 큰 어려움이 없었고,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인생 후반전에 들어선 지금, 지금까지 했던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고, 사춘기 때보다 더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온전히 나 혼자서 결정하고 나아가야 하는데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내 인생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기회비용’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일단 선택을 했다면 그 반대급부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돌아볼 필요가 없어서다. 지금까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내가 옳다고 믿는 소신을 지키고 생계를 도모하면서 살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텐데 자신감과 용기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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