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된 사람과 시비를 가리느니 차라리 얼음물 한 사발을 마시는 것이 낫다
살다 보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하는 사람을 마주칠 때가 있다. 흔히 '진상'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예의는 진작에 엿 바꿔 드시고 막무가내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사회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밑도 끝도 없는 갑질 고객들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상대방과 대화나 소통할 의사가 없다. 무조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일방통행으로 전달한다.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면 불같이 화를 내고 자기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직장생활 초창기에 이런 진상들을 줄줄이 겪은 경험이 있다. 첫 번째 직장 상사는 낮이고 밤이고 부하 직원들한테 연락을 해대는데 연락이 안 닿으면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외근 중이라 사무실을 비웠는데 본인이 찾는 문서를 못 찾으면 온 사무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며 직원들의 책상을 쑥대밭을 만들면서 찾기 일쑤였고, 기분에 따라 지시도 오락가락하면서 성질을 부리곤 했다.
20대 중반까지 이런 유형의 인간을 만난 적이 없던 나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제대로 대처를 못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 날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리고 저 인간보다 더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애써 진정을 시켜보았지만 다음 회사에서 이전에 겪었던 일보다 한술 더 뜨는 일을 겪게 되면서 직장 생활하는 것이 무서워졌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진상들이 흔하고, 대처해야 할 일도 자주 있었다.
사회생활 하면서 온갖 상상초월의 일들을 해를 거듭할수록 겪다 보니 나름의 대처방법이 생겼다. 일단 진상들이 날뛸 때에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안하무인으로 돌진하는 이성이 마비된 사람을 진정시킨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들은 처음부터 미칠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을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기 맞서 미쳐 날뛰는 말발굽에 차여서 나뒹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리액션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진상들의 자가발전이 벌어질 때 땔감까지 넣어주면 폭주가 멈추기 어려워진다.
간혹 “아무 잘못이 없는 내가 왜 악당에게 물러서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맞서는 경우가 있는데, 미안하지만 여러분이 상대하는 특수한 인격의 소유자들은 그런 시시비비가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상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난동을 부림으로써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상황이라는 걸 빨리 눈치챌 필요가 있다.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고 상스러운 것이 마음에 걸려
조선 최고의 문장가 이덕무 선생의 말씀을 인용해 본다.
“망령된 사람과 더불어 시비나 진위나 선악을 분별하느니 차라리 얼음물 한 사발을 마시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