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꼭 필요한 쿨링팬 가동 시간
작년 11월 브런치를 시작한 후 시간이 엄청 빠르게 느껴진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1일 1글 업로드를 지키기로 결심했는데 1일 1글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음날 글쓰기를 고민할 새도 없이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서 또 새 글을 써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1일 1글을 꼭 지키지 않아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지만 한번 정한 건 지키는 편이라 스스로 정한 마감 시간에 쫓기고 있는 것이다. 내가 했던 일들의 대부분이 마감 지키는 작업이라 대수롭지 않게 정한 건데 벌써 85개의 글이 쌓여버렸다. 오랜만에 글쓰기라 글의 수준과 품질보다는 분량과 마감을 지키는 걸 우선순위로 둔 터라 매일 쓰는 글들이 참 형편없고 창피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쓰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라고 애써 위로하면서 꾹꾹 쓰고 있다.
상황에 따라 길게도 느껴지고 짧게도 느껴지는 게 시간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환승 시간이 긴 항공권으로 여행할 때 환승을 기다리는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만큼 길게 느껴질 때가 있을까. 입장하자마자 아니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나 싶은 종합병원의 비좁은 대기 공간에서만큼 오매불망 얼른 이름 불려지길 기다리는 시간만큼 지루한 순간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시간 같은 낭만적인 기다림의 시간이야 설레는 마음이 얹어있으니 마냥 지루하기만 하지는 않지만 물리적으로 그냥 견디고 버텨야 하는 기다림의 시간들을 보내는 건 정말 힘겹기만 하다. 그래도 요즘엔 스마트폰이라는 장난감이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는데 유용한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스마트폰을 놓고 기다려야 할 때다. 한증막이나 찜질방 같은 곳 말이다.
눈둘 만한 것 없이 멀뚱멀뚱 기다리는 10분은 1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보다 더 힘들다.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빈손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고역은 없을 것이다. 나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가능하면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구경하거나 눈을 꼭 감고 그저 휴식을 취하는 편이지만 침묵 속에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란 놈만 손에 쥐면 10분은 삭제되는 수준이고 몇 시간도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러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보내는 지루한 시간이나 스마트폰에서 콘텐츠를 보면서 즐기는 시간이 내 삶을 크게 달라지게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심심풀이 동영상을 보느라 노화돼서 기능이 약화되는 시청각을 혹사시키느니, 차라리 눈도 쉬고, 귀도 쉬고, 마음도 쉬는 휴식의 시간이 내게 더 유익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컴퓨터보다 더 복잡하고 뜨거워진 우리 머리 속도 쿨링팬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거친 숨을 고르고, 마음속에 시원한 바람 한 줄기를 불게 해 줄 그냥 휴식의 시간이 우리에겐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