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Jun 27. 2023

대체선수가 아닌 대체불가선수로

베테랑의 존재감, 김민성

야구팬에게 베테랑 선수는 간혹 애증의 대상이 될 때가 있다. 정말 뛰어난 선수였는데 나이가 들고 기량이 떨어져 엔트리를 차지하고 있어 눈엣가시가 될 때도 있고, 승부처나 중요한 경기에서 꼭 해줘야 할 때 해주는 모습으로 베테랑의 가치를 확인시키기도 한다. 


프로야구 1군 엔트리는 28명이고, 26명까지 출전이 가능하다. 정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훌륭한 체격조건, 다양한 재능,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어린 유망주가 1군에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해서 1군과 2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 팬들의 안타까움과 원망은 엉뚱하게 베테랑으로 향할 때가 있다. 


한정된 1군  엔트리에 은퇴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나이 든 선수가 차지하는 게 아깝고, 그 자리는 마땅히 어린 유망주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팬을 하면서 지켜본 바, 대체로 젊은 팬들은 베테랑에 대한 평가가 박하고, 유망주에게 후한 편이다. 반면, 나이 든 팬들은 유망주에 대한 평가가 박하고, 베테랑에 대한 평가가 후한 것 같다. 사람은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세상사를 바라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시즌 LG 트윈스의 한 베테랑 선수가 대다수 LG팬의 전폭적인 응원과 믿음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김민성 선수다.  2007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 2010년 넥센 히어로즈 이적, 2019년부터 LG 트윈스에서 뛰고 있는 김민성 선수는 2021년부터 성적이 크게 떨어졌고, 작년에는 출전 경기수도 확 줄어들 만큼 기량 하락이 뚜렷해 보였다. 


올시즌 주전 3루수는 2000년생 문보경의 차지였고, 김민성은 백업의 위치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시즌 초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었고, 오지환의 공백은 궁여지책으로 김민성이 메우게 된 것이다. 백업 3루수가 졸지에 주전 유격수로 출전하면서 팬들은 걱정과 의심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그는 12경기 동안 견고한 수비와 함께 타석에서도 42타수 14안타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오지환의 복귀로 그는 다시 백업으로 돌아갔지만, 5월에는 2루수 서건창이 공수에서 모두 난조를 보이는 바람에 계속 기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김민성을 2루수로 기용하면서 공수 모두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경기를 원활하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6월까지 김민성은 팀이 필요할 때마다 1, 2, 3루와 유격수 등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믿음직한 베테랑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올시즌 플랜 A에 김민성의 자리는 없었다. 주전선수의 체력비축을 위한 대체선수에 불과했지만, 시즌을 치러가면서 그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대체불가선수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