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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ul 01. 2023

카페전쟁 목격담

동네에서 제일 성업하는 곳이 인테리어 사무실인 이유

토요일 아침 7시 무렵부터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깼다. 뭔가 때려 부수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데 무슨 일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어제 살고 있는 상가주택 1층 카페가 가게를 비우고 이사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게주인이 공사를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작년 초에도 비슷한 굉음을 들었던 기억이 있으니 또 1주일 정도는 공사로 시끄럽겠구나 싶었다. 


상당히 오래된 식당이 이전하고 작년 1월 개업한 그곳은 어머니와 젊은 딸이 함께 하는 카페였다. 두 분 모두 인상이 좋고, 친절해서 처음에는 종종 갔었지만 가격을 야금야금 올리더니 어느 순간부터 적합하지 않은 가격과 메뉴가 제공되길래 단골 빵집과 카페를 개척한 이후 발길을 끊게 되었다. 정말 웬만하면 같은 건물 카페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가끔 한 번씩 방문해도 가격에 비해 음료나 디저트가 지극히 평범한 걸 확인하면 본전 생각이 나고 후회가 되는 걸 어쩌랴.


반년쯤 지났을 무렵부터 1층 카페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외출했다가 귀가할 때 카페를 슬쩍 보는데 손님이 눈에 띄게 뜸해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고, 장사가 힘들어지자 모녀의 친절함도 예전만 못해진 것이다. 게다가 우리 동네는 어느 순간부터 카페가 포화지경에 이르렀다. 밖에서 대기가 이어지는 유명 카페도 있지만, 올해 초부터 대부분 카페는 가격인하경쟁을 하면서 제살 깎아먹기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카페들은 개업한 지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 악순환이 시작된 지 오래인데도 어쩌다가 이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된 건지 폐업한 카페에 또 새로운 카페가 들어서는 상황이다. 동네에 인테리어 사무실이 왜 이리 많은가 했더니 카페의 개업과 폐업이 엇갈리면서 동네에서 제일 성업하는 업종이 인테리어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최애 빵집 사장님마저 이사를 나가고 싶어 하는 걸 보고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걸 알게 되었다. 그곳은 살벌한 카페전쟁에서 유유히 생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물세트나 샌드위치 단체주문까지 쏠쏠한 매출을 올리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디저트를 취급하는 카페가 너무 많아지니 여러 가지 신경 쓰일 게 많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동네 자체가 핫플레이스다 보니 개업을 할 때 잘되는 몇몇 카페들만 바라보고 덜컥 뛰어드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싶을 정도로 카페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에도 저렇게까지 대책이 없나 싶은 경우도 있다. 솔루션 예능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내가 '카페'라는 주제가 관심을 끌어서 보게 된 SBS 동네멋집 1회를 보고 대체 어떻게 임대료를 감당하려고 저런 규모의 카페를 시작했나 싶었는데 우리 동네에도 그런 분들이 꽤 많았던 것이다. 


1층에 또 어떤 카페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롱런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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