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利器)를 누리고 사는 지금도 좋지만 가끔 19세기 유럽문화계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그림, 음악 이런 것들이 우연히도 19세기에 나온 것들이 여러 개여서 그랬던 것 같다. 제인 오스틴(1775~1817),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 찰스 디킨스(1812~), 쥘 베른(1828~1905)의 소설,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 카미유 피사로(1830~1903), 폴 세잔(1839~1906), 클로드 모네(1840~1926)의 그림, 로베르트 슈만(1810~1856),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음악은 특히 여름에 어울리는 작품 같다.
제인 오스틴의 발랄한 문체가 돋보이는 『오만과 편견』은 휴가 가서 읽기 딱 좋고, 찰스 디킨스의『두 도시 이야기』는 도서관에서 각 잡고 읽을 만하다.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는 열대야로 잠을 설칠 때 머리맡에 두고 조금씩 읽으면서 잠을 청하는 용도로 권하고 싶다.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재밌게 읽고, 구입해서 몇 년째 묵혀두고 있는 『나귀 가죽』을 올여름엔 꼭 읽으려고 한다.
가나가와의 높은 파도_가츠시카 호쿠사이
책에서 우연히 본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판화 <가나가와의 높은 파도. 1830~1832>는 거대한 파도와 그 뒤로 보이는 후지산의 풍경을 한 화면에 담아내어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은 드뷔시가 <바다. 1903~1905>를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양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준 것으로도 알려진 이 작품은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미술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래전 유럽여행을 할 때 갔었던 미술관에서 평범하지만 이상하게 끌렸던 작품들이 피사로의 풍경화였다. 그 그림의 장소에 언젠가 꼭 가보고 싶게 하는 마력이랄까, 피사로의 그림엔 그런 감정이 전해진다. 몽마르트르 도시 풍경화도 마음에 들지만, 시골의 석양을 그린 따뜻한 그림도 마음에 든다. 세잔의 <사과와 비스킷_1880> 그림은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강화 유리 도마로 사용하고 있다. 고작 9천 원이면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유리도마를 제작할 수 있다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사과와 비스킷_세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날에는 맑고 가벼운 피아노 소나타가 더위를 식혀준다. 드뷔시의 달빛도 좋지만 여름에는 아라베스크 1번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