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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ul 06. 2023

태어났지만 사라지는 아기

수사할수록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미신고 영아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안 된 상태로 사라진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664건이 접수돼 598건(사망 10건, 소재 확인 48건, 소재 불명 540건)을 수사 중이라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밝혔다. 지난달 경기도 수원의 아파트 주택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을 수사하면서 시작된 ‘출생 미신고’ 사건은 수사가 진척될수록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출산 기록은 있지만 지자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아’ 사례 2,236건이 발견되었고, 이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면서 각 지자체에서 경찰에 수사의뢰가 시작되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아동 사망 사건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고, 시신은 인근 야산이나 밭에 유기되었으며 가방, 에어컨 실외기 밑, 하수처리장 등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6월 22일 4건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6월 26일 15건, 7월 1일 79건, 7월 4일 193건으로 보고되더니 오늘은 664건으로 업데이트되었고, 얼마나 더 많은 아이가 사라졌을지 가늠조차 안되고 있다. 인구 절벽의 시대에 대한 위기의식이 극심한 현실에서 다른 한쪽에서는 태어났지만 사라지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니 충격적이다.


거제에서는 생후 5일 된 아기를 살해한 뒤 하천에 유기한 혐의로 사실혼 관계의 부부가 구속되었고, 부산에서는 생후 8일 된 아기를 집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정황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문제는 사건이 시일이 많이 지난 경우가 많아 부모의 자백과 증언에 따라 범죄 사실을 밝혀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영아 유기와 관련된 법률인 ‘사체유기죄’에 공소시효 7년이 지난 상태라 처벌하기 어렵거나 생활고나 양육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에 대해 정상 참작되어 처벌도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출생률이 급격이 떨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시기에 출생과 출산보호에 관한 장치가 이렇게 허술하다는 것이 믿기 어려운 지경이다. 부모가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5만 원을 내는 것이 전부인 현행법으로는 생명이 버려지고 사라지는 것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출생통보제’가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어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의해 2024년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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